북풍(北風)에게
                            시.권용태

북풍(北風)은
야영에서 돌아온 채
여장도 풀기 전
회색빛 외투를 걸치고
정월(正月), 그 비상(飛翔)의 날개를 편다

처마(檐牙;첨아)에
얼음이 풀리기 전
묘지 속에 잠든 바람은
진종일 내륙을 건너 달려온
탈의(脫衣)의 언어들이 아닌가

북풍(北風)은
내 우울한 생활의 변두리에
탑처럼 쌓이고
모든 연인들의 뜨거운 입술에서
소외되어 버린 창가에서
부활(復活)의 진통을 겪는다

북풍(北風)은
기(旗)를 흔들며
다 찢기운 지도(地圖) 위를
전령(傳令)을 품고 달려가는
병사처럼,
숨차게 질주하는 아우성이 아닌가.


*권용태
1937년 경남 김해 출생. [자유문학]으로 등단.
중앙대, 서라벌예대 강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전국문화원연합회 회장.
시집으로 [아침의 나라], [남풍(南風)에게)], [북풍(北風)에게]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