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창에 불이 꺼지고      - 황금찬 -

                    
너의 창에 불이 꺼지고
밤하늘의 별빛만
네 눈빛처럼 박혀 있구나

새벽녘
너의 창 앞을 지나치려면
언제나 애처롭게 들리던
너의 앓는 소리
그 소리도 이젠 들리지 않는다.

그 어느 땐가
네가 건강한 날을 향유하였을 때
그 창 앞에는
마리아 칼라스가 부르는
'나비부인' 중의 어떤(개인 날)이
조용히 들리기도 했었다

네가 그 창 앞에서
마지막 숨을 거둬갈 때
한 개의 유성이
긴 꼬리를 끌고
창 저쪽으로 흘러갔다.

다 잠든 밤
내 홀로 네 창 앞에 서서
네 이름을 불러본다.
애리야, 애리야, 애리야! 하고
부르는 소리만 들려올 뿐
대답이 없구나.

네가 죽은 것은 아니다.
진정 너의 창에 잠들었구나.

네 창 앞에서
이런 생각을 해보나
모두 부질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