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랑하는 나라        시.김광섭


지상에 내가 사는 한 마을이 있으니,
이는 내가 사랑하는 한 나라이니라.

세계의 무수한 나라가 큰 별처럼 빛날지라도,
내가 살고 내가 사랑하는 나라는 오직 하나뿐.

반 만년의 역사가 혹은 바다가 되고 혹은 시내가 되어
모진 바위에 바닥쳐 지하로 숨어들지라도,
이는 나의 가슴에서 피가 되고 맥이 되는 생명일지니.
나는 어데로 가나 이 끊임없는 생명에서 영광을 찾아,

남북으로 양단되고 사상으로 분열된 나라일망정
나는 종처럼 이 무서운 나라를 끌고 신성한 곳으로 가리니.
오래 닫혀진 침묵의 문이 열리는 날,
고민을 상징하는 한 떨기 꽃은 찬연히 피리라.

이는 또 내가 사랑하는 나라 내가 사랑하는 나라의
꿈 이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