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시.황도제

다탁(茶卓)위
후백시실(后白詩室) 모자 하나 갖다 놨더니
바람이 불적마다 보이는 아버지 얼굴

동해 바닷물 한 움큼
허기진 배를 채우고

밤에 눈을 뜨는 별들, 시에 담아내지
먼 고향부터 우이동의 하늘까지
한 아름 시집을 안고 있는 산과 들
구름은 시에 취하고
읊조리며 흐르는 강

인수봉과 백운대도
드디어 아버지를 흉내 낸다.
모두 시를 쓴다.

밤늦은 시간
퉁퉁 부은 발로 모자를 본다.
인사도 없이, 아버지는 빙그레
부끄럽기도 하고 죄스럽기도 해
눈으로 꾸벅거리면 말씀하시는 모자
슬며시 사랑을 쥐어 주신다.
거기엔 드볼작<신세계>
그래서
지금도 아버지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