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李秀和



아직 종이장같이 살림살이가 얄팍하대

결혼 1주년엔 지혼식(紙婚式)



2주년 땐 고혼식(藁婚式)

농사지어 볏짚(藁) 낫가리 쌓이지만

칼로 물베기 어겼다가

시체 거적에 싸여 고장(藁葬)된다네



케잌(菓)에 촛불켜 꽂아 놓고

여보우! 앗사! 결혼3주년 땐 과혼식(菓婚式)

4주년은 쇠가죽처럼 질기디 질긴

인생살이 바야흐로 본격적인 혁혼식(革婚式)



5주년이면 자녀가 나무처럼

쑥쑥 자라는 때라 목혼식(木婚式)

7주년 화혼식(花婚式)엔

재롱둥이 재롱꽃이 함박웃음꽃 피우나니

10주년 석혼식(錫婚式) 쇠북소리가

미덥고도 단단하고녀



12주년 마혼식(麻婚式) 지내면

집안 어른 기세(死別)에도 봉착,

삼베(麻)옷 한 땀 두 땀 인생이란 무언고?

15주년 동혼식(銅婚式)이면 청동(靑銅)처럼

이끼도 끼는 그윽한 금슬이래니,



질그릇인양 설마커니 깨어질소

20주년 도혼식(陶婚式)이라네



이윽고, 머리 희끗 은혼식(銀婚式)은

어언 4반세기 25주년이라

자녀들 화혼(華婚)만치나 감회로워....

30주년 진주혼식(眞珠婚式)

35주년 산호혼식(珊瑚婚式)에야

바닷속처럼.... 바닷속 심해어(深海魚)같이

진주밭, 산호밭 노니는 혼약의 참 자유(自由)!



허나, 45주년 홍옥혼식(紅玉婚式)이면

고래희(古來稀) 안락일 때이려니

정녕 귀하여 귀하다는 홍옥(紅玉)살이



그러고는 50주년

금혼식(金婚式)이니, 어찌 아무나

바라리, 찌어 리라바 치매라도 걸리면

60~70주년 금강혼식(金剛婚式)은

저승에선가(?!)

아아, 실로 한 장의 종이(婚)가

금강(金剛) 다이어되기 어렵나니

저물녘이면 하냥 눈시울 적시는 사람마다의

해로(偕老) 아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