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의 해 축시

시.신찬균

올해는 문화유산의 해
오천년 역사위에 애써 쌓아 온 우리 민족유산을
알고 찾고 가꾸는 해로세
옛 성터에 흩어진 기와장 한 쪽에도 선조들의 넋은 스며있고,
서도소리 구절마다 민족의 애환이 담겨 있음을 새삼스레 돌이켜 보니
이 어찌 흐뭇하고 보람된 일이 아닌가
보시오
동녘 바다 해뜨는 아침
석굴암 부처님 자비로운 미소는 왜적을 잠 재우고,
팔만대장경의 독경소리,
종묘의 향불은 아득히 피어올라 세계문화유산이 되었구나
경사로다 경사야,
더러는 침략자의 모진 발굽에 무너지고 흩어졌지만
끊임없이 들꽃처럼 다시 피어나
민족정기로 이어지나니
한맺힌 옛 총독부는 헐리고 광화문에서 북악을 보면
마을의 솟대처럼 궁궐이 솟았구나.
아 가슴이 탁 트이는 광경이로다.
우리의 맥과 전통을 다시 찾기 위한 문화재 바로세우기라니,
청사에 길이 빛날 일이 아니겠는가.
올 해 해야 할 일은
내고장 문화유산 알기가 으뜸이다.
뒷동산 돌도 다시 만져 보고
밭 갈다가 밥그릇이 나오면
여보게 빨리 신고하러 가세
몰래 숨겨 둔 절터의 주춧돌도
그 자리에 되돌려 줘야지

문화유산은 값비싼 도자기나 고궁만이 아닐때
일제가 신사를 세우려고
남산의 국사당을 헐어버렸던 만행을 벌써 잊었는가.
오백개가 넘던 마을 동제(洞祭)는 어디로 다 갔는지 원통하고 슬프도다.
개발한다고 밀어부치고 미신이라고 장승을 베어내니
이 다음에 무슨 면목으로 후손들을 대할손가.
북녘에 두고 온 마을이 흥겹던 탈춤은 제 모습이 아니고
푸짐했던 녹두지짐 냉면은 온데간데가 없구나
우리 다시 찾고 엮어서
통일이 되면 고향땅에 알려줘야겠네.
동네에 일이 생기면
궂은 일 마다하지 않고 팔을 걷어 부치던
두레나 품앗이 정신도 되찾아
서로 돕고 일한다면
못할 일이 어디 있겠는가.
문화유산의 해 흥겹고 신나는 해
민족의 얼 문화유산 알고 찾고 가꾸네.
문화유산 사랑하여 민족유산 꽃 피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