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를 향하여

시.이기철

지원은 하룻밤에 아홉의 강을 건너
거친 모래 땅 열하에 도달 했다지만
나는 아홉의 밤을 불면으로 지새워도 한개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
마음 덮으면 없는 강이 마음 밝히며 열의 강으로 소리를 놓인다.

숱 많은 머리카락 날리며 바람은 어디로 불어 가는가
메마른 계절일수록 마음은 불타 올라
쓰라린 시대에는 쓰라린 정신만 남는다.

참말 뜨겁게 살아 보리라.
마음 다지면 맨살의 모래는 끓어오르지만
다가서면 열하는 마음 밖 백리에 피안으로 누위 있다.

아직도 멀었느냐 아픈 발 내리고 내 몸 잠시 쉬일 곳은,
내 발 디뎌 참새 발자국만한 흔적 남길수 없는 땅 위에
낙타의 발을 이끌고 오늘도 고삐를 죄는 세월이여

어제 상수리나무 아래 쉬던 사람들
오늘은 꿈이 어지러운 그들의 적막 위에 잠들었느냐
어제 아프던 사람들 오늘 새살 돋은 발을 이끌고
고원을 건넜느냐

바라보던 눈물겨운 것들 너무 많아
내 작은 가슴으로 그곳들의 아픈 꿈 다 끌어안을 수 없지만
눈물의 값짐을 아는 자만이 사람의 귀함도 알수 있다
가자 날 저물면 처마 아래 들고 날 밝으면 모래밭을 걸어
슬프고 작은 것 불러모아 그들의 등 다독이며 가자
고독도 손 잡으면 친구이리니
마음의 거친 물결 재우며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