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 와서 낳은 자식들에게

시.최재형

나는 너희들을 보면 늘
북한에 두고 온 자식들이 생각난다.

나는 어쩌다가
한 에미의 자식만 낳아 기르지 못하고
남북 양쪽에 어머니가 다른 아이들을
갖게 됐는지

6. 25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모든 책임이
내게 있는 걸 모르는 게 아니다

너희들을 낳아 기르면 북쪽 아이들 생각이
조금은 지워지리라 믿었는데
오히려 마음만 더 괴롭거늘

너희들을 사랑하면서
한편으로 북쪽 아이들한테
미안하게 생각하는 그 이중성

내가 내 인생을 그렇게
이중으로 살아야 할 줄은
미처 몰랐다

그것 때문에 내가 한평생
얼마나 가슴 아프게 살았는지 아마
너희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평생 나하고 같이 살면서 내 사랑을 섭섭하지 않게
받고 산 너희들한테
내가 지금 바라는 건
저 북녘 어느 하늘 아래에는 너희들의
한 핏줄이 내 사랑을 조금도 받지 못하고
불쌍하게 살고 있다는 걸 알고
먼 훗날 혹시
인연이 닿아 그들을 만나게 되면
이 애비의 아픈 마음을 전해달라는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