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의 가을
                               이동주

내 병실에, 아무도 찾지 않아서 좋다.
차라리, 이런 고독 속에 묻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냐.
내 병이란, 인정의 화상(火像)이다.
꽃다발로, 위안을 받기에는 너무도 커다란 상처.
비에 낙엽이 젖듯, 나는 눈물에 젖자.
휘파람도 불어 본다.
못 견디게 마음이 추우면, 활~짝 창문을 연다.
바람을 타고 온 낭객(浪客)처럼, 구름이 잠-깐 들렸다가
홀-연-히 또 사라진다.
아예 머리를 흔들자, 인정이 저 구름과 같을 바에야
이제 누구를 기다리랴.
내 모든 이웃들이, 저 표운(標雲)과 같은 것을...
내일 찾아올, 나그네를 미리 몰라도 좋다.
오는 이 있으면, 한 이불에 잠이 들고,
내 체온이 식어 한기가 들면, 또 떠나들 가-라
내-사 웃고 고독 한번 더 견디자.
기아(棄兒)처럼 버려둔 의 붓 정을, 그대로 안아서 기르련다.
실물(失物)로 허물을 두고 가면, 소중히 아껴주마.
외상을 탓하지 않는다. 활~하게 그냥들 떠-나라.
비굴한 결별은 싫다. 그립고, 그리운 이름이나 숙박부에 올려두면,
고독을 초롱처럼 밝혀들고,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조-용히 웃으면 된다. 위인이란, 별것이 아니라,
고독을 지켜주는 수녀다. 그렇다고,
내가 위인을 탐한 일도 없다.
내가 받은 유산은, 참판(參判)도, 지주도 아니었다.
선량한 어머니의, 그~ 흔한 눈물이다.
나의 죄는 방탕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눈-물의 남용이다.
가을은, 우수릅다. 더욱이, 앓는 몸 이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