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게
                  김남조

아무도 안 데려오고
무엇 하나 들고 오지 않는 봄아 봄-아
해마다 해-마다 혼자서 빈손으로 만
다녀가는 봄- 아 봄- 아

오십년 살고나서 바라보니
맨손 맨발에 포스스한 맨- 머릿결
정녕 그뿐 인데도 참 어여쁘게
잘도 생겼구나
봄아 봄-아

잠시 만나 수삼년 마른 목을 축이고
잠시 찰라에 평생의 마른 목을 축이고
봄 햇살 질펀한데서 인사하고 나뉘니
이젠 저승길 목마름만 남았구나
봄이여 이승에서 제일로
꿈만 같은 꿈만 같은 꿈만 같은 햇빛안에
꿈만 같은 햇빛안에
나는 왔는가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