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도
                    김옥진

소유가 아닌 빈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
주어서 비어지는 가슴이 되게 하소서

지금까지 해 왔던 내 사랑에
티끌이 있었다면 용서 하시고
앞으로 해나갈 내 사랑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게 하소서

위선보다는 진실을 위해
나를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바람에 떨구는 한 잎의 꽃잎일지라도
한 없이 품어 안을 깊고 넓은 바다의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바람 앞에 스러지는 육체로 살지라도
선 앞에 강해지는 내가 되게 하소서
크신 임이시여 그리 살게 하소서

철저한 고독으로 살지라도
사랑 앞에 스러지고 낮아지는
겸허한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크신 임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