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두고

                                                    최남선

나느 꽃을 즐겨 맞노라

그러나 그의 아리따운 태도를 보고 눈이 어리어

그의 향기로눈 냄새를 맡고 코가 반하여

정신없이 그를 즐겨 맞음  하리라

 

다만 칼날 같은 북풍을 더운 기운으로써

인정 없는 살기를 깊은 사랑으로써 대신하여 바꾸어

뼈가 저린 얼음 눌리고 얼릴 눈구덩에 파묻혀 있던

 

억만 목숨을 건지고 집어 내어 다시 살리는

봄 바람을 표장함으로

나는 그를 즐겨 맞노라

 

나는 꽃잎을 즐겨 보노라

그러나 그의 평화 기운 머금은 웃는 얼굴 흘리어

그의 부귀 기상 나타낸 성한 모양을 탐하여

주책없이 즐겨 봄이 아니라

 

다만 겉모양 고운 것 매양 실상이 적고

처음 서슬 장한 것 대개 뒤끝 없는 중 오직 혼자 특별히

약간 영화 구안치도 아니고,허다 마장  겪으면서도 굽히지 않고

 

억만 목숨을 만들고 늘어 내어 길이 전할 바

씨 열매를 보유함으로

나는 그를 즐겨 보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