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창

                                                                   김승희

동녘은 많지만

나의 태양은 다만 무등위에서 떠올라라

 

나는 남도의 딸

문둥이처럼, 어차피,난

가난과 태양의 혼혈인걸

 

만장 펄럭이는 꽃상여길 따라 따라

넋을 잃고

망연자실  따라가다가

무등에 서서

무등에 서서

 

가난한 사람들의 얼굴위에

요화처럼

이글거리며 피어나던

붉은 햇덩어리를 보았더니라

모두들 사당패가 되자 함인가

백팔번뇌 이땅을 용서하자 함인가

 

신명지펴 신명피어

벌레 같은 한평생

가난도 아니고

죄도 아닌 사람들

 

나는 남도의 딸

징채잽이처럼,어차피,난,

가락과 신명의 혼혈인걸

 

무등의 가락으로 해가 질 때만

노을의 원한이 되는 것이니

천지도 아니고

부처도 아닌

내 고향 사람들의 울음을 모아

지는 해

굽이굽이

서러운 목청

 

돌아가 돌아가서

내 썩은 오장육부를 징채 삼아

한바탕 노을을 두들겨 보노니

붉은 햇덩이는 업과처럼 둥글다가

문득 스러지면서

가장 진한 남도창을

철천지에 뿌리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