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김용오

친구여!

마침내 그대 집 대문 곁에 서 있는

단풍나무들도

눈물나게 고운 옷을 입었구나

 

나는 혼자 깊은 산 속에 들어가

하심 하듯 하염없이 자신을 낮추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맑고 투명한

계곡 물소리 듣는 공부에

흠뻑 빠져 지내고 있다네

 

또 어떤 날은

아무 말없이

넓은 가슴으로 품고 있던

하얀 솜털구름

그 수천 마리의 새 떼들을

무심하게 놓아 버리고

미련 없이 돌아눕는

저 높은 하늘 연못 쳐다보는 재미에

시간 가는줄을 모르고 있다네

 

친구여,

사람보다는 자연과의 거래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어

자네가 사는 세상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