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자

                                                                      김영랑

바다로 가자 큰 바다로 가자

우리 인제 큰 하늘과 넓은 바다를 마음대오 가겠노라

하늘이 바다요 바다가 하늘이라

바다 하늘 모두 다 가졌노라

옳다 그리하여 가슴이 뻐근치야

우리 모두 다 가자구나 큰 바다로 가자구나

 

우리는 바다 없이 살았지야 숨막히고 살았지야

그리하여 조여들고 울고불고 하였지야

바다 없는 항구 속에 사로잡힌 몸은

살이 터져 나고 뼈 퉁겨나고 넋이 흩어지고

하마터면 아주 거꾸러져 벌릴 것을

오! 바다가 터지도다 큰 바다가 터지도다

 

쪽배 타면 제주야 가고 오고

독목선 왜섬이사 갔다왔지

허나 그게 바달러냐

건너뛰는 실개천이라

우리3년 걸려도 큰배는 짓잤구나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거졌노라

 

우리 큰 배 타고 떠나가자구나

창랑을 해치고 태풍을 걷어차고

'하늘과 맞닿은 저 수평선을 뚫으리라

큰 호통하고 떠나가자구나

바다 없는 항구에 사로잡힌 마음들아

툭 털고 일어나자 바다가 내 집이라

 

우리는 사슬 벗은 넋이로다 풀어놓은 겨례로다

가슴엔 잔뜩 별을 안으렴아

손에 잡히는 엄마별 아기별

머리위엔 그득 보배를 이고 오렴

발아래 좍 깔린 산호요 진주라

바다로 가자 우리 큰 바다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