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흐르는 강물에

                                                                        김남조

구름은

하늘이 그 가슴에

피우는 장미

 

이왕에

내가 흐르는 강물에

구름으로 친들

그대 하나를 품어가지 못하랴

 

모든걸 단번에 거는

도박사의 멋으로

삶의 의미 그 전부를

후회없이 맡기고 가는

하얀 목선이다

 

차가운 물살에

검은 머리 감아 빗으면

어디선가 울려오는

단풍나무의 음악

 

꿈이 진실이 되고

아주 가까이에 철철 뿜어나는

이름 모를 분수

 

옛날 같으면야

말만 들어도 사랑과 어지럼병

지금은 모든 새벽에 미소로 인사하고

모든 밤에 침묵으로 기도한다

 

내처 내가 가는 뱃전에

노란 램프로 여긴들 족하리라

 

이왕에

내가 흐르는 강물에

바람으로 찬들

불빛으로 찬들

그대 하나를 태워가지 못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