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평양에 떠 있는  유언

                                                                                          ./황금찬

<1964년 3월

제2의 지남호가

남태평양에서 침몰되다>

 

남태평양

눈물 같은 바다에

친구들이  남겨놓은

모국어는

거기, 영원히 꽃봉오리로  떠 있을 것이다

 

고향을  떠나던 날 아침에

어린 놈들은  약속한 선물의 이름을 생각하며 손을 흔들고

바다는 새벽 까치처럼  꼬리를 쳤다.

 

한갓  기원으로 부푼  지문 싸인 가슴에  달아준  꽃잎이

아직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제비도 못가는 남태평양

심청이보다도 설운  사람이 간 바다엔

인어의 전설 대신 십자성만 외롭다.

구름은 심정의 마지막 전령

느닷없이 전해진 그 비보는

이땅의 인정을 열살쯤 난 소년의

주검 앞에 앉은 어머니의 눈으로 만들었다.

 

낯선 바닷가에 떠도는

남태평양의 조개껍질, 소라껍질들,

장난감 대신 때묻은 손가락을 빠는

눈 큰 아이들의 이름이 코가 시리도록 떠오른다/

고향은 파초 잎에도

그림자로  피고,

정든 사람은  꿈속에서 산다.

이것은 못다 쓴 일기.

 

대륙 동쪽 한반도

언제부턴가 나비의 눈도 앙칼진 곳.

우리들이 한 번도 원한 일 없이

산들의 땅은 양단되고

그리하여 슬프고 가난한

나의 고향

 

구름이여, 떠가는 배여

지나가다 눈물도 잃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에 들리거든

그들의 귓가에다 이 말을  전해다오

 

남태평양  눈물같은  바닷속에

모국어를 연꽃으로 피우고

여기 영원히 잠들어  있노라고,

잠들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