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손으로 하늘을 열어준 옥잠화 꽃 대궁은

                                                                                                         김순일

 

무성한  넓은 잎이

두겹 세겹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잎을 떼 내고 꽃 대궁의 하늘

길을 열어 주었다.

태양이 뜨거운 가슴에 안기기만 하면

수태 할 거라고 믿은 나의 손

땅 속 어둠의 담금질을 몰랐다

하늘을 가린 완강한 잎을 여린 머리로

치밀고 올라온  땅속

어둠이 받쳐주는 힘으로 치밀고 올라온

옥잠화 꽃 대궁이

태양의 품에서 황홀한 몸을 부르르 떨 때

내 절간의 자궁에서

일곱 달 만에 문을 열고 태여나

서산 시장 바닥에서 막걸리나 퍼 마시며

비척거리는 나의  칠뜨기

시 처럼 무지몽매한 나의 손으로

하늘을 열어준  옥잠화 꽃 대궁은

살의 언저리가 너덜너덜 찢긴 채

흐였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