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시 - 시의 세계
시 한편 한편이 님에게 희망의 선물이 되길 소망합니다.
글 수 337
나의 손으로 하늘을 열어준 옥잠화 꽃 대궁은
김순일
무성한 넓은 잎이
두겹 세겹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잎을 떼 내고 꽃 대궁의 하늘
길을 열어 주었다.
태양이 뜨거운 가슴에 안기기만 하면
수태 할 거라고 믿은 나의 손
땅 속 어둠의 담금질을 몰랐다
하늘을 가린 완강한 잎을 여린 머리로
치밀고 올라온 땅속
어둠이 받쳐주는 힘으로 치밀고 올라온
옥잠화 꽃 대궁이
태양의 품에서 황홀한 몸을 부르르 떨 때
내 절간의 자궁에서
일곱 달 만에 문을 열고 태여나
서산 시장 바닥에서 막걸리나 퍼 마시며
비척거리는 나의 칠뜨기
시 처럼 무지몽매한 나의 손으로
하늘을 열어준 옥잠화 꽃 대궁은
살의 언저리가 너덜너덜 찢긴 채
흐였게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