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뜨는 곳에서 해 지는곳까지

                                                                            김종철

내 고향 한 늙은 미루나무를 만나거든

나도 사랑을 보았으므로

그대처럼 하루하루 몸이 벗겨져 나가

삶을 얻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고 일러주오

 

내고향 잠들지 못하는 철새를 만나거든

나도 날마다 해 뜨는 곳에서

해 지는 곳으로 짐을 옮겨 지으며

눈물 감추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일러주오

 

내 고향 저녁 바다 안고 돌아오는 뱃사람을 만나거든

내가 낳은 자식에게 바다로 가는 길과

썰물로 드러난 갯벌의 비애를 가르치리라고 일러주오

 

 

내 고향 홀로 집 지키는 어미를 만나거든

밤바다 꿈속 수백리걸어 당신의 잦은 기침과

헛 손질로 자주자주 손가락을 찔리는 한 올의 바느질을 밟고

울며울며 되돌아온다고 일러주오

 

내 고향 유년의 하느님을 만나거든

기도하는 법마저 잊어버리고

철근으로 이어진 도시의 언어와 한잔의 쓴 술로

세상을 용케 참아온 이 젊음을

용서하여 주라고 일러주오

 

내 고향 떠도는 낯선 죽음을 만나거든

나를 닮은 한 낮선 죽음을 만나거든

나의 땅에 죽은것까지 다 내어놓고

물 없이 만나는 떠돌이 바다의 일박(一泊)까지 다 내어놓고

이별이별 이별의 힘까지 다 내어놓고

자주자주 길을 잃는 이 젊은 유랑의 슬픔을

잊지 말아 달라고 일러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