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외설경 / 조병화
                              

지금 창 밖에 서울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답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일년 이년 삼년 ...십년을 두고
답장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묵은 편지가 쓰고 싶어지는
지금 서울엔 창밖에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한번 맘 먹고 새 옷 차림 하고
누추한 서울을 찾아 내리다
다시 한번 주저한듯이 주저하다가 아주
마음 열리듯이 망설이다 아주 마음 애린 듯이
서울에 창 밖에 내 곁엔 눈이 와 앉고 있습니다.

서울의 사랑은, 눈 쌓인 창안의 어설픈 보금자리
길이 막히어
가시나무 그늘이 멧새 처럼
눈 내리는 눈 속에서, 진종일을 종일합니다.

창밖에 찬 겨울 겨울을 견디는 사랑아
냉랭한 세월과
서로 미워하기 위하여
서로 다투고 견디기 위하여, 나온 것은 아닙니다.

창밖에, 찬 겨울 겨울을 견디는 사랑아
냉랭한 세월과 그리운 것이 있어
그리워 하기위하여 사랑하는 것이 있어
사랑하기 위하여, 당신을
사랑하기위하여 나온 것입니다.

지금 창밖에 서울엔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답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묵은 편지를 쓰고 싶습니다.
내 가슴 흐뭇이,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