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은 말이 없고

                                                     전재순

  박새가 유리창을 쪼고 있다

 유리창은 무심히 보기만 할 뿐

 

 산수유 꽃피던 이른 봄날

 수컷 박새가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쳐 죽은 후

 

 혼자 남겨진 박새는

 하루에 아홉 번 그 자리에 와서

 부리로 콕콕 유리를 쪼아댄다

 

 여름 지나 가을이 와도

 박새는 유리창만 쪼아대고

 유리창은 아무 말이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