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정소현


갈대


어느 날에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날이 없구나


하얗게 타들어가는 가슴만 보아도


세상살이 만만치 않다는 것 알아차려 보지만



어스럼 내리는데 힘겹게 서 있는


그 고통이 애련하구나


이 겨울, 바람 부는 밤을


네 여린 마음이 어떻게 보낼지


바람아 불지마라


바람아 불지마라



어둠이 깊어 가는데 넘어졌다 일어서는


그 아픔이 기특하구나


이 겨울, 얼음 두꺼워지는 밤을


네 소리 없는 눈물이 어떻게 보낼지


바람아 불지마라


바람아 불지마라



한 곳을 향하여


모든 발부리를 세우고


손을 모은 내게로


햇살은, 바람을 뚫고


창대한 햇덩이


네 앞에 놓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