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산

 

손민수

 

젊은 날은

포른 오기 하나로

우쭐거리며 살았다

도무지 겁이 없었지

비바람도 두렵지 않았다

열심히 살아온 덕인가

더러는 빨갛게

더러는 노오랗게

더러는 얼굴덜룩하게

저마다의 빛깔로 잘 익었다

서로 잘 났다고 우기거나

서로 밀어내지 않고

사이좋게 어우러져

끝내주는 풍경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