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의거리 /모래시계 

                   

지금도

순례는 계속되고 있다 

 

시간을 공유하는 질서속에서

수평과 수직이 이루어내는 힘 속에서

절제된

모래알 수만큼 시한부로 살아간다.

 

도착점이 출발점이다

추월당하지 않으려

불순물 걸러내도

순리대로 돌아오는  

원점

 

투명한 고백을 덜어내며

얼마나 많은 용서로 비워야하는가

 

가슴에 묻은 모래시계

아날로그로 기다린다. 

   

 

2.동인지 /2월/이런 날도 있다 

                                                                                 

가솔을 등에 업고 불같이 일하던

젊은 날은 지나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날

숨겨둔 보자기에서 풀려 나온것은 바람 한 줌이었다

 

등 떠밀린 그림자는 어딘가로 비스듬히 휘청인다

미동에도 숨이 차다

숨을 고르고 이 허허로움을 장단에 맡겼다

작은 회오리인데

절벽에선 숨소리 들리고

빛바랜

종족 보존의 본능이 무정란으로 굴러간다

나눌것 없는 어깨 흔들어

정답 없는 이 길 위에 출가의 한걸음 딛어 본다

 

 허공에 나를 품어 줄 한뼘의 공간은 어디에. new

 

 

3. 들꽃 축제에서

친구야
꽃구경 가자
이제
세상살이 이쯤이면 알 것 같아

옥정호에 몸을 담그고
구절초 하이얀 언덕에 뒹굴어 보자

어쩌면
드넓게 펼쳐진 선경에 잡티 한 점 없을까

 도도히 흔들리는 새하얀 미소
 소나무도 기품있게 그늘을 내주었다

 살며시 내려 놓고 간 꿈틀한 회색의 조각들
 꽃무리가 눈 맞추니 하얗게 빛난다
 머뭇거리는 발걸음에 돌아온 시간



4. 불우이웃돕기 /unicef(국제연합아동기금)

 

올해도

어김없이 후원자 수첩을 받았다

 

피난 시절

폭격 맞아 부서진 교실

선생님따라 목청 높이다가도

비행기 소리만 들리면 

놀란 가슴으로 방공호에 뛰어 들어 

버짐 핀 얼굴을 묻었다

 

'모든 아동은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가진다'

유엔의 목소리는 우리를 희망의 길로 인도했다 

 

수복후

옥수수죽 얻어 먹으러 길게 늘어선 줄 

어른들에 밀려 빈 그릇으로 돌아와

언니 도시락에서 우유가루 한 술 몰래 먹었다 

 

어린 날을 회상하며

그런 사랑의 손길이 없었다면  내 살았을까

 

나눌 수 있어 고마운 지금

작은 손을 내밀고 있다. 

 

5.후백 황금찬 시인은                    이다

 

후백 황금찬 시인은 느티나무다

그 큰 그늘에 기대어 하늘을 본다

시어로 반짝이는 푸른 이파리

가지와 가지 사이  행과 연이 아름다워

나무에 기대어 시가 흐르는 소리를 듣는다 

 

 

6.나는            이다

 

나는 그 나무에 깃들어 사는 작은새라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아름답게 선을 향해 종종 거린다

잎이 지고 새순이 돋아나면

힘찬 날갯짓으로 단단한 둥지를 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