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   행


        슬픔은 고통을 잊으려

        눈물과 함께 어울리고

        산새는

        홀로 노래 부르는 것이 싫어

        메아리와 함께 지저귀고

        들꽃은

        홀로 피기가 부끄러워서

        들풀과 어울려 피어있다.

        해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추억을 반추하고

        달빛은 

        햇님이 싫어

        별빛과 어울려

        나그네길을 밝힌다.



2.      우포(牛浦)늪


        일억 오천년의 너

        낙동강을 겨드랑이에 끼고

        물안개 속에

        여명과 함께

        눈부시시 뜨며

        신비의 몸을 감추듯 보일듯한

        뒤안길에서 서성이던 너

        이제 화려한 가시연꽃을 앞세워

        신비의 나래를 펴

        잊어버린 지난 역사를

        따오기와 함께

        아름다운 너의 고향

        비사벌 대변자 되어

        온누리에

        왕버들 새순 틔우듯

        포근히 안아주는

        어미일래라.



3.     어느 소녀의 소망(所望)


        지하 셋방에서도

        구김없이 살려 했는데

        밀린 방세 때문에

        한 서린 어머니 눈물

        멈추기 위해 쓴 사연

        지하 단칸방이라도

        엄마와 나 단둘이

        삶의 보금자리가 있었으면

        그 외엔 통닭 한 마리

        자장면을 원 없이 먹어보았으면

        소박한 소원들

        먹구름은 천둥 번개를

        동반하여 비를 내리고

        얼음같은 골짜기에

        방긋 미소지우며

        활짝 핀 꽃들이

        봄나들이 하덧

        그들의 가슴가슴에

        소박한 그 소원 이루어지리다.



4.       네가 떠나던 날


        우리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던 60년 세월

        이승의 가지끝에서

        잿빛 바람이 불었다

        무엇이 그렇게 바빠서

        한마디의 말도 없이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

        그리고 우리들마저 버리고

        태산 같은 사랑마저 버린 채

        넌 훨훨 모습없는 새가 되어

        푸른 창공으로 사라졌구나

        

        항상 외롭고 가난한 벗들을

        소리 없이 도와주며

        술잔을 기울였던 삶의 바다에서

        파도막이 해주던 너

        세월을 실은 구름은 이렇게 고요히 잠들었구나.



5.  후백 황금찬 선생님


후백 황금찬 선생님 그는 거산이시며 다정다감한 선생님의 모습

항상 온유와 후덕스러움을 함께 소유하시면서 시를 낭송하시고 시 강의를 하실때는 정말 그 강인한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쩌렁쩌렁하고 우렁찬 목소리는 이십대를 능가하시기 때문에 그 어느 누구도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또한가지 말씀드린다면 사람은 항상 꽃 같은 입을 가져야 꽃같이 예쁜 이야기만 한다는 말씀 정말 선생님의 생활철학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끝으로 시인은 아름다운 말을 표현하지 않으면 시인이 아니다는 말씀을 종종 하신다. 정말 시인은 심성이 고와야 좋은 시가 탄생하고 좋은 심성을 가졌기 때문에 좋고 고운 말이 생성될 수 밖에 없다는 말씀에 깊이깊이 감사드린다.



6.  나는 누구인가

나의 별명은 신라의 달밤

왜 신라의 달밤인지를 말하자면 기분이 좋아도 신라의 달밤. 기분이 나빠도 신라의 달밤이라 부른다.


왜냐하면 기분이 좋을 때 신라의 달밤을 찾으면 그 옛날 광활했던 신라의 기풍과 함께 한없이 발전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고, 기분이 나쁠 때도 고요히 둥글게 떠있는 신라의 달빛을 떠올리면, 그 옛날 찬란히 빛나던 신라의 문화를 반추하며, 내 자신의 마음이 고요와 잔잔한 마음으로 순화되는, 내공의 힘이 발산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도 신라의 달밤, 기분이 나빠도 신라의 달밤이라 부른답니다.

수만 번의 고초를 겪은 후 파도가 탄생하듯 우리네 삶도 많은 고통과 역격을 겪어야만 참으로 밝고 맑은 아름다움과 함께 행복을 누리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