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의 거리

  

낙조(落照)

                김 정환 / 낭송 김정환


저녁노을 황홀하고

아쉬움만 남겨 논 채


하루를 마무리 한다

또 한 해가 간다


뜨는 해 바라보면

희망과 젊음


지는 해는 반성과 후회로

내일을 준비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낙조이리니


설워마라 내일 아침

해는 다시 떠오른다


 

2.'09동인지(62회 백양문학회원고)

 

 방아다리

                     김정환 / 낭송 김정환


가을햇살에

익어가는 들녘

방아다리

개울가


둥근 박 넝쿨로

보름달 매어 넣은 후

대나무 발 쳐놓고

참게 잡던 어린시절


막차 타고 오는 누나

기적소리 들으며

마중 가던

코스모스 길


지금도 방아다리

개울가엔

참게가 살고

있을까?

 


3.봉사 시


 태안의 희망

                  김정환 / 낭송 박상경


한 해가 저무는

안면도에

눈이 내린다

검은 재앙도

흰눈에 잠겼다


각처에서 달려온

눈보다 하얀 마음

검은 기름띠에

인간 띠로 맞선

사람과 사람들


이름 없어 더 아름다운 얼굴들

송년회를 취소하고

해외여행을 미루고

컴퓨터를 끄고 태안의 눈물

닦으러 몰려든 국민들


금붙이 담은

복주머니 들고

줄을 섰던 사람들

10년 후 기름주머니

다시 들었다


재앙의 현장에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검은 바다

하얀 손 하얀 마음

바다를 사랑하는 손길들




4.'08동인지

 

  백두산 하늘 못  

                                  김정환  / 낭송 김정환


백두에 올라 예를 보아라

하늘의 뜻이 이 땅에 내리시고

그 성령이 백두대산줄기를 종주 하여

남해안 *구재봉까지 삼천육백칠십 리

그 이름 찬연한 대한민국의 터전이다

누천만년 세파에 시달려 온 너!

이 강산 겨레의 영원한 보금자리로

자라왔으니 백의민족의 터전이요

칠천만 겨레의 산실이다

새하얀 천상에서 돌이 된 *황궁씨

환웅께서 세우신 태백산 신시

단군신화 얽힌 민족의 조종산(祖宗山)

민족정신 근원의 상징이다

고구려 말발굽소리 우렁찬 *오녀산성

동가강을 끼고 흐르는 *환인평야

*흥안령과 *아무르강을 호령하던

광개토대왕이 여기 나와 있구나

오오! 조국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어라

온 누리 밝혀주는 등불이 되리니

겨레의 얼이 굽이쳐 온 압록강 두만강 송화강

나라의 넋이 뻗어 온 줄기찬 맥락

한라산 지리산 금강산 묘향산 피 끊는 위용을 세계로

저 넓은 우주를 향하여 비상하리라

지금 반쪽은 남의 땅 백두산 최고의 장군봉을

오르지 못하고 천문봉을 밟아야하나

1712년 조선과 청나라 정계비 있었거늘 어찌하여…

1962년 조중 변계조약으로 민족의 성산마저

반으로 잘려야하나

아아!  슬프고도 원통하다 

백두산 하늘 못 화산의 분화구에

성화의 불씨를 다시 지펴라

저 그늘진 민초들에게 가뭄에 내리는

소낙비가 되고 백두산 미인송 같은

올곧은 기개가 되어 분단의 상처 아물게 하라

다시하나 되는 그날까지

훨훨 타오르게 하라

지축을 울려라

천지를 포효 하거라

통일의 그날 다시 올라

더덩실 춤추며 목 놓아 외쳐보리라


 

*구재봉(鳩在峰);경남 하동군 남쪽해안 소백산맥 지리산자락의 산

*황궁씨(黃穹氏);창조주였던 마고(麻姑)할머니의 맏손자로 천상에

                        올라 돌이 됨

*오녀산성(五女山城);고구려 주몽이 정착한 첫 도읍지 산성

*환인(桓因);고구려 제1도읍지로서 고구려가 집대성된 곳

*흥안령(興安嶺);중국 흑룡강성 동북부에 있는 산맥

*아무르강(黑龍江);북만주에 있는 강(러시아어; 헤이룽강)

 

5.황금찬 선생님과의 만남

선생님의 큰 가르침                                                  


시 창작 강의에서 특히 마음 깊이 새겨진 황금찬 선생님 말씀 중 하나는 “시를 쓰기 전에 먼저 사람이 시가 되어야한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작고하신 많은 유명한 시인들 중에서도 특히 유치환, 박목월 선생님과 친분이 더 두터우셨다고합니다.

어느날, 대구에서 목월이 보내온 편지 한토막입니다. 


“청포도 제2집이 나왔습니다. 표지도 예쁘고 4.6배판에다 종이도 모조지를 사용했습니다. 내가 보기엔 아주 품위 있는 책이라고 생각 됩니다. 먼저 책을 보낼 테니 받으시고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출판비는 보내도 되겠습니다. 사정이 허락지 않으면 보내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후백(后白)의 인간미에 대한 평가는 목월의 ‘무제’ 라는 다음 글에서 알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서 나는 사람 같은 사람을 만났네

처음 그는 오뉴월 보리밭처럼 유정(有情)하고

뽕나무처럼 구수했네

사귈수록 그의 정(情)은 훈훈하고 욕심 없는 마음이 깊기만 했네

그는 평생 가난했지만 항상 그의 눈동자는 어질게 크고 마음이 외로울 때는

구석자리에 앉아 서로 말없이 차를 나누었네“


‘사람’이란 시어(詩語)엔 다의적 함축성을 가지고 있으며 정감 깊은 도덕성의 가치를 수반하면서 ‘보리밭처럼 유정한’ 친근감이 그리고 욕심 없이 담담한 삶의 자세 등 후백의 인간적인 면모를 단적으로 요약하고 있는 목월의 표현에서 후백과 목월의 인품을 읽을 수 있겠습니다. 

“시를 쓰기 전에 먼저 사람이 시가 되어야한다.”라고 말씀하신 선생님의 큰 가르침을 깊이 되새겨 제자로서 시인, 낭송가로서의 본분을 다 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며 선생님 말씀이 바로 시가 아니겠는가?


시인에게


시인아!

시를 쓰기 전에

먼저 사람이 시가 되어야한다

시인아!



6.나는 누구인가?

나는 '솔바람 소리이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왜냐면 나는 나무 중 나무 소나무를 좋아하며, 특히  솔바람 소리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더우면 곳 퓌고  치우면 닙 디거날,
솔아, 너난 얻디 눈서리를 모라난다.
구천(九泉)에 불휘 고단 줄을 글로 하야 아노라."

이상은 '오우가(五友歌)'에서 '솔(松)'이라는 시조입니다.


뒷동산 솔밭에 바람이 부딪쳐 나는 그 청아한 소리는 태초에 하느님께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실 때 만드신 맑고 깨끗한 율려(律呂)의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솔바람의 청아함을 내면에 간직하고, 송뢰(松籟) 라는 호를 가진 시인,낭송가로 삭막하고 메마른 사회를 보다 윤택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습니다.

 

 

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