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거리

*숲과의 대화*

                                                  이 용미

물기 머금은 숲
산비탈 에두르며
오늘은 무슨 말을 들려 줄 건가요

너무 서둘지 말자구요
천천히 그 모든 것을 닮아가며
굽이도는 산길처럼
하나하나 꿰어 보자고 하네요

그리도 붉게 물든 마음
소낙비에 적시지 말고
파도치는 리듬에 맟춰
오래된 나무에
꽃을 피워보자고 하네요

신록을 보았습니다
발걸음마다 소리내며
당신을 놀라게 하고 싶어지네요



*생명의 빛*

                                                     이 용미

                                                    
문명의 발상지
유프라데스 강과 티그리스가강의 발원지인
그 곳엔
오르페우스 하프의 명연주도 같이 흐른다

패전한 전쟁터에서
병사의 시 한줄이
국기로 상징되어
터키 하늘에 나부끼고 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이슬람과 기독교가 부딪치며 만나는 곳
그 곳에서 차가운 물 한 모금 들이킨다

기쁜 소식 들고 멈출 수 없었던 사도들
그 찬란했던 요람이
물이 너무 맑아 고기가 잘 살지 못한다는
지중해 바다에 피 빛으로 남아있다

어찌할거나
뒤돌아보고 돌아본다

대리석도 조각난는 사이로
비집고 올라온 들에 백합화
그 생명의 빛이
우주를 비추고 있다



*봄 빛*

                                              이 용미


바람에 실려 온 풀잎 같은
음성이 나를 깨운다

잠재우려던 숨결은
라일락에 실려 언어의 꽃이 되고

잎보다 먼저 꽃이 핀 목련처럼
사랑보다 아픔을 알게 했던 꽃샘추위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도 싶었고
무슨 일을 하던 맨 먼저 떠오르는 몹쓸 버릇

시간은 흐르지 않고 계절만 반복된다
아파하지 말아라, 제발

그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오듯
해 뜨기 전 추위는 봄빛이 녹여 준단다

나 이제 너에게 물들어
아침을 노래하리니

들레는 마음으로
마르지 않는 샘물을 보게 되리라




*지금 당신에겐 어떤 바람이 불고 있습니까*

                                                                            이 용미


울음 섞인 갈대소리
밤새 파도의 키가 더 커져 버렸습니까

언제나 어긋나기만 하고
불에 덴 자국만 남아 있습니까

얻을 수 없는 사랑으로
외로운 섬에 갖혀 있다고 느껴지십니까

산은 칼바람과 맞서 싸울 때
제 뼈를 깍아 기묘한 절벽을 세우고

불에 수없이 담금질 하며 두들겨 맞은 기구를
농부는더  사랑하겠노라고 찾고 있습니다

일어나 같이
꽃나무 하나 심어요

꽃피는 날 바람 불면
힘겨웠던 일 꽃잎이 안고
날아가 버릴 테지요

하늘 이슬이
당신 가슴속 꿈을 만나러
지금 문 밖에 와 있습니다
한번만이라도 눈 맞춰 보세요


*황 금찬 선생님과의 추억담*

                                                                          이 용미

내삶속에서 눈부시게 좋았던 일은
황 금찬선생님과의 만남이다.
선생님의 가르치심으로 등단도하게 되었고 문학의 길을 걷고있다
그 생생한 기억 속에서 몇 가지 추억담을 꺼내보려 한다.

2006년 6월
아침 햇살의 맑은 공기를 가르며 황금찬 선생님과 김회장을 비롯한 문인 20여명이 몽골로 향했다.
때마침 월드컵 축구경기가 한창일 때다
우리나라는 2002년 월드컵 경기 때 세계4강에 올랐던 경력이었으므로 온 국민이 기대에 차 있을 때이다
첫 경기로   숙소에서 우리나라와 토고전을 보게 됐다
 경기는 좀처럼 잘  풀리지 않았으나 후반전 끝나기 몇 분전에 역전승으로 이기게 됐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나눌 때
선생님께선 그쪽지방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보드카잔을 돌리시며
" 이렇때는 예수님도 축배를 들었을 것이라고 하시며" 축배제의를 하셨다
선생님의 위트있는 말씀은 계속 이어지셨고 우리는 " 대한민국이여 영원하라"을 왜쳐대며 자긍심에 불타있었다
또한 선생님의 말씀은 가시는 곳마다 그 곳에 적절한 표현으로 아네모네 꽃이 되기도하고
 흡수 골 얼음 꽃이 되어 피어오르면서 우리들의 시심을 일깨우는 자극제가 되었다

그 이듬해 2007년 8월
유럽 문학기행갔을 때 일도 빼놓을수없다
여행8일째 되는날 조금은 피로가 쌓일 때 쯤 독일의 노이 슈반 스테인 ( 일명 백조의성) 을 오를 때 일로
우리들은 마차를 타고 올라가고 싶어서 선생님께 다가가서 마차에 오르시기를 여러 사람이 조르다 시피 말을 건넸으나
90세이신 선생님께선 꼿꼿이 오르시며 손을 져으셨다
우린 더이상 아무말도 못하고 선생님뒤를 따라 올랐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선생님의 가르치심이 행동으로 나타나심을 볼 때
그 한발 한발 내 딛으시며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 까 를 생각 하게 했다
분명 그 발걸음엔 별이 새겨질 것이고 구름이 피어오르시리라

선생님! 저희들 모두는
선생님의 그 향기와 그 색을 닮기를 원합니다
높은 곳에서 낮은곳으로 흐르는 그 물길에 목축임 하기를 원합니다
이렇게 짧게나마 선생님과의 추억담을 쓰게됨을 큰기쁨으로 여기며
더욱더 강건 하시기를 비는 마음 간절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용미

나는 강물이다
왜냐하면
강물은 많은 것들을 다 받아들이면서
그저 묵묵히 흐르고 흘러
크고 넓은 바다에 다달았을 땐
또다른 무엇을 창출해 낼수있는
그런 강물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