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지 원고 - 동인지
구멍난 헌 목장갑
황금찬 스승님을 그리워하며
서광식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고개를 돌리었다
내손의 목장갑을 보다가
우리가 휠체어로
곧 열릴 평창 올림픽
알펜시아에 모시고 같을 때
황금찬 스승님은 그렇게
코에 구멍 난
내 헌 목장갑을 언 듯
보고 계셨던 것이었다
목장갑 보는 순간 언 손을
얼마나 덮고 싶으셨을까
나는 얼른 목장갑을 벗어
스승님께 끼워드리며
“이제 따뜻하세요?”
“음~ 좋네... 고맙네...”
또 “스승님... 겨울 오기전
새 장갑 사 드릴게요.”하니
그냥 고개만 끄덕이셨다
그러나 그 약속은
나의 빈 말이 되고 말았다
이제 스승님은
목련꽃 흐드러지던
지난 4월, 봄과 함께
저 세상으로 가셨다
‘봄 편지’를 부치시고
“...나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봄 편지를 기다리고 있다
꽃 같은 마음을 기다리고
향기의 인정을 기다린다
이 지구촌에 행복을 실어 오라
평화를 가져오라
미워하는 마음도
저주하는 마음도 사라지리라.
나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하신 봄 편지 ---.
오늘도 나는
스승님의 그 봄 편지를 읽는다
나에게 귀띔해주신
그의 마지막 말씀도 떠 올린다
“시는 슬픔의 예술이라네.
그러나 슬픔으로 끝나지 마시게.
슬픔을 넘어서야 한다네---”
빛이여 다시 한 번
서광식
3.1의 함성은 하늘의 묵시록
8.15 그날은 민족의 부활이었다.
그로부터 세월은
칠십년도 더 너머 흐르는데
돌아오리라! 했던
그 약속 지키려 함인가
일본은 오늘도
내 국토의 솟을대문 독도를
자기의 것이라 말한다
끝없는 야수의 소리
게다짝 끄는 소리
환청은 더욱 자지러져 가고 있다
오, 빛이여 다시 한 번
남과 북은 하나로
칠천만 겨레 모두 일어나
혹은 머리 맞대고
혹은 태극기 휘날리며
저 일본열도의 ‘독도’말
입에 담지 못하게 하자
진정한 광복의 길 나서자
바람의 효과
서광식
아무도
알아보는 이 없었다
바람은 차라리
한 여름 태풍이었을 걸
후회도 해보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밤새 안개꽃 피워 올리고
구름, 비 몰고 올 줄을
아 세상 바꾸는 저 카오스
연약한 실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