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산이 무너지던 날


정소현


큰 산이 무너졌다

나도 가슴부터 쾅쾅 무너져 내렸다

산은 뿌리를 하늘에 두고

가지와 잎은 세상에 열어놓은 깊은 연못이셨다

비바람에도 출렁임 없이 긴 인고의 세월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맺었던 시의 열매들

사랑, 위로, 평화, 구름, 바람, 기도......

이젠 현재에서 미래까지 잇는 구름다리,

미래의 시의 꽃밭, 시의 고향이 되셨다

아직도 온기 가득한 사랑,

꿈의 새벽별,

마른 잎새에 이슬,

어둠을 밝히는 등대,

소년이시지만,

세상의 단어 중에 추억과 이별을 선택하고

굳은 그림자로 서 있었다

바람결에 들려오는 음성

“평생 완벽하지 않는 시의 집에서 살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나는 행복했습니다“

국화꽃 한 송이도 “감사했고 행복했습니다”

바람의 언어로 절을 하니 바람 속으로 날아갔다

이별은 언제나 찬란한 슬픔이다

사월의 봄꽃들도

서럽도록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꽃나팔을 불며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길 배웅을 했다.

스승님! 영원히 빛나는 그곳에서

시의 노래 찬양하시며 영원한 복락을 누리옵소서.



생명 대 축제


정소현 

                                        

고요한 전쟁,

얼음벽이 높아만 갔던 겨울

한 줄기 빛을 얼마나 그리워 했던가

한 방울의 물을 얼마나 목말라 했던가


휘어지고 메마른 겨울이 끝이 없을 때

지난 꽃잎들 아름다운 눈물의 한 모퉁이에

푸른 밭을 일구어 갔었지, 우리는.


검은 허공을 헤치고 봄비가 내린다

비는 지푸라기 들녘을 흔들어 깨운다

우리는 붉은 빛과 푸른빛의 새싹, 생명의 불길,


바람처럼 휘몰아 간다

아침 해처럼 솟아 오른다

풀, 꽃, 잎, 가지, 뿌리.......

생명의 합창 교향곡

하늘과 땅, 세상에 새 봄이 울려 퍼진다.



연민의 바다에서


정소현


가시가 나를 찔러

아픈 날,

돌아보게 한 날이다


가시 이전에 난 돌이었다

너의 빠진 징검다리,

디딤돌 하나 되지 못했고


돌 이전에 우산 이었지만

너의 비바람 가려주지 못했다


우산 이전에 바람이었지만

너의 무거운 발걸음에

날개가 되지 못했다


바람 이전에 햇살이었지만

너의 병든 뿌리를

소생 시키지 못했다


햇살 이전에 눈물이었지만

너의 아픔을 구원하기엔

내 눈물의 양이 너무 적었다


가시가 나를 찔러

너를  본 날,


연민의 바다에서.


약력

-문학공간등단-시낭송가, 작사가,시인협회회원,

시집-또 가을이 오나 봅니다. 낡은 자전거의 일기. 그대를 위한 협주곡.

         바람이 그린 수채화. 영역시집-꽃길(The path of Flowers). 바람아, 그대에게로.

         전자시집- The Path of Flowers-아마존에 입점.

시가곡-(바람아, 그대에게로). (눈의 백합화), (친구에게), (연가곡 7곡-나의 사랑, 위로) 등 다수.


jonai10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