홉스골의 황덕불

 

                                          한선향

 

얼음이 둥둥 떠다니는 홉스골의 호숫가

두덛두덕 껴입은 수사자들 팽귄처럼 뒤뚱뒤뚱

달빛이 걷는 은박지 위 허연 바람꽃

내 몸에 탱자나무가시 돋는다

 

불하마의 거대한 몸짓 우러러

묵시록이 둥글게 둥글게 원을 그리며

두 손 가득 싸안은 소원들

잿빛 불티로 하늘까지 솟는다

 

유목민의 한 처녀 이방인을 위해 기도하고

노시인(황금찬시인) 그들 머리 위 축복을 얹는다

귓볼이 빨간 시간들

황덕불 가슴에 퍼담고 싱싱한 시어들

휘어지게 퍼내고 있었다

 

      

 

몽골의 게르

 

                                        한선향

 

희고 둥근 게르들

나란히 나란히 떠서 앞니 빠진 문틈 사이

하얀 달빛 거둬들이고 있다

 

네개의 다리 침상 사이로

달빛 가죽 소쿠리엔 야크들의 울음이 가득

난장이 노란 꽃들 무릎으로 기는 밤

 

북창 들고 춤추는 징기스칸의 후예

타닥타닥 말 타고 가는 사막이 하얗다

 

한 세상 모나지 않은 둥글둥글한 게르

동글동글한 몽골 여인내의 얼굴

둥글둥글한 노시인의 시심이

달빛 아래 고요히 흐른다

 

*몽골기행. 황금찬 시인님과 함께

 

      

 

사랑으로 남아서

 

                                        한선향

 

황금찬 선생님과 몽골기행을 한지

엊그제 같은데

선생님은 떠나가시고

그 추억만 남아 이리도 가슴 쓰린

추억에 젖어 있습니다

 

평소 그리도 인자하시고

소박하셨던 선생님

대구에서 기차타고 왔느냐며

손 잡아주시던

그 따뜻한 마음,

지팡이 집고 강단을 오르시던

그 열정,

하나하나

 

본받아야만 하는

선생님의 고매한

시 정신을 간직하려 합니다

 

선생님의 미소가

우리들 마음 속 가되고

선생님의 목소리가

시를 읊는 낭송이 되어

우직했던 선생님의 외길 인생

시의 길을 저도 걸어가겠습니다.

 

아직도 선생님은

우리들 가슴에

사랑으로 남아있습니다

 

아직도 선생님은

우리들 가슴에

의 큰 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13호 동인지 (한선향).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