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백 황금찬 스승님의 '큰 가르침'과 추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

 

 

   생전에 스승님의 시 창작 강의에서 특히 마음 깊이 새겨진 말씀 중 하나는시를 쓰기 전에 먼저 사람이 시가 되

어야한다.”라고 말씀하셨다.

작고하신 많은 유명한 시인들 중에서도 특히 유치환, 박목월 선생님과 친분이 더 두터우셨다고 한다.

대구에서 어느 날 목월이 편지를 보내왔다.

 

청포도 제2집이 나왔습니다. 표지도 예쁘고 4.6배판에다 종이도 모조지를 사용했습니다. 내가 보기엔 아주 품

위 있는 책이라고 생각 됩니다. 먼저 책을 보낼 테니 받으시고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출판비는 그때 보내도 되겠

습니다. 사정이 허락지 않으면 보내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 후백(后白)의 인간미에 대한 평가는 목월의 무제

(無題)’라는 다음 글에서 알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서 나는 사람 같은 사람을 만났네.

처음 그는 오뉴월 보리밭처럼 유정(有情)하고

뽕나무처럼 구수했네.

사귈수록 그의 정()은 훈훈하고 욕심 없는 마음이 깊기만 했네.

그는 평생 가난했지만 항상 그의 눈동자는 어질게 크고 마음이 외로울 때는

구석자리에 앉아 서로 말없이 차를 나누었네.“

 

사람이란 시어(詩語)엔 다의적 함축성을 갖고 있을 것이다. 정감 깊은 도덕성의 가치를 수반하면서 보리밭처

럼 유정한친근감이 그리고 욕심 없이 담담한 삶의 자세 등 후백의 인간적인 면모를 단적으로 요약하고 있는 목

월의 표현이다.

 

위에서 목월의 편지'무제에서 알 수 있듯이 시를 쓰기 전에 먼저 사람이 시가 되어야한다.”라고 말씀하신

스승님의 큰 가르침을 깊이 되새겨 제자로서 시인, 낭송가로서의 본분을 다 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며 스

승님의 큰 가르침이 바로 시가 아니겠는가?

 

 

시인에게

 

시인아!

시를 쓰기 전에

먼저 사람이

시가 되어야한다

 

시인들아!



지난 해 516일 스승님의 99백수연(白壽宴)’기념행사를 문학의 집 서울에서 김남조시인, 얼마 전 먼저가

신 김종길 원로 시인을 비롯한 많은 시인들과 제자들 그리고 가족 친지를 모시고 생전에 쓰신 40편의 시집을 한

데 묶은 <황금찬 필사 시집> 출판과 그 중 낭송하기 좋은 서정시 100편의 시를 선정 <시와 꽃과 사랑 앞에서>

 시집과 함께 낭송CD’를 제작 출간 하였다.

 

금년 정초 스승님의 100세 상수(上壽)를 경하 드린 지 석 달 지난 4월 어느 따뜻한 봄날 선생님 부음 소식을 접하

고 강남 성모병원 영안실 영전 빙그레 웃으시는 영정 앞에서 선생님의 시 편지 그리고 봄을 낭송해 드렸다.

시에 나오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혜화동에서 자주 만났던 먼저 간 송욱, 장호, 조병화, 정한모 시인들의 이름

을 부르며 대학로 플라타나스 잎이 피기 전에 만나고 싶다고 하시던 선생님의 말씀대로 소천(召天)하시어 먼저

가신 시우(詩友)들과 만나셨으리라.

만나서 무어라 말씀하셨을까?

아마도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시며 약주와 블랙커피를 마시고 시를 읊고 그동안 못 다한 시에 관한 이야기로 밤

을 새우셨으리라.

 

혜화동 보헤미안찻집에서 자주 만나던 박목월 시인, 이한직 시인과 함께 비엔나에 가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

던 일 그리고 흰 장미꽃 두 송이를 사들고 비엔나 음악공원에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자르트와 루드비히 판 베

토벤을 찾아 장미꽃을 바치고 나오다가 프란츠 슈베르트가 서운한 모습으로 서있어 사과부터하고 약속대로 꼭

 20년 만에 그 약속을 지키려 다시 찾아 간 이야기 등 <추억은 눈을 감지 않는다>는 마지막 시집의 제목과 같이

 지금도 천국에서 화안한 미소로 우리들을 지켜보시고 계시리라.

 ‘먼저 사람이 시가 되어야한다라고 말씀하시며⸳⸳⸳

 

- 추억은 눈을 감지 않고 익어갈 뿐이다 -

 

금년 48일 서거하신지 4개월 후 오는 810일 선생님의 탄생100주년을 맞이하는 경우도 드문 일이다

嗚呼哀哉라! 시의천국에서 별이 되어 영면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제자 송뢰 김 정환  곡읍(哭泣)

                                                                                  2017 7. 9


 

윤동주 묘를 찾아서 / 김정환

(탄생100주년을 맞아)

 

                             

지금은 남의 땅

북간도(北間島) 용정(龍井)

*동산(東山) 마루턱

 

조국을 향해

잠든 이름 없는

무덤들

 

유월의 태양아래

탐스럽게 익어가는

살구나무 위에

 

한 마리 새가 되어

무어라고

지저귄다

 

외롭지 아니하리

용정(龍井), 서울, 교토京都

그리고 별 헤는 나라로

 

 

*동산 마루턱: 중국 연길 용정 윤동주가 묻혀 있는 동산공동묘지




   

봄 / 김정환

 

 

얼어붙은 대지에 군불 지펴

아지랑이 아롱아롱

피워 오른다

 

이랴, 쟁기질 소리에 놀란

개구리가 잠을 깨고

기지개를 편다

 

땅바닥도 따스해져

잠 좀 자려는데

나를 깨우는 자

누구냐



   

프로필:

 

1. 송뢰(松籟) 김정환 시인낭송가, 한성대 강사

2.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 2666 (402)

3.kdjhwan@naver.com

4. 010-7572-1010

5. 약력:

  1) 한국시인협회 회원, 시낭송대회 심사위원

  2) 19재능시낭송 본선대회김수남 대상

  3) 4회 포석 조명희 전국시낭송경연대회 대상

  4) 재능여름학교 누가누가 시를 많이 외우 나대상

  5) 김영삼 전 대통령 산수연자작축시 낭송

 

 

 





김정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