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지킴이의 귀가

 

 

 

새벽 3시

평창 알펜시아를 출발해 진부, 속사를 지나

면온, 둔내에 이르면 새벽 4시.

 

무거워진 눈을 부릅뜨고

구불구불 끝없을 것 같은

영동고속도로를 달린다.

 

횡성 휴게소에 들러

손끝이 시리게 차거운 물로

정신을 차리고 나가려는데

 

히힉 헐헐 히히힉ㅡ

소름이 돋는 느낌에 서둘러 뛰어 나가다

멈칫 서서 귀를 기울이니

반복되는

쉬쉭 컬컬 시시식 ㅡ

 

소리의 근원을 찾아

굳어지는 가슴으로 겨우 숨쉬며

문마다 여닫기를 여러번

 

손잡이가 구부러져

계속 쏟아지는 물살

보이지 않을 땐 귀곡성 같더니

맑은 물이 흐르는 소리는

어둠을 깨운다.

 

눌러도 흔들어도 꿈적을 않기에

발로 차았다.

피시시식 ㅡ

 

얼마나 긴 시간을 기다렸을까

의미 없이 흐르는 동안

무얼 잡고 싶었을까

 

깊은 어둠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나는

새말, 교학, 태장을 지나 봉산, 행구동

치악산 자락 아래

 

내 모든 세포가

잠자지 않고 기다려준 사이

여명을 등에 지고 보금자리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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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나눔

 

 

 

진도 앞바다에 저무는 해를 보며

우리의 딸, 희망아!

우리의 아들, 꿈아!

통곡은 넘실대는 파도따라 가버리고

 

바다를 바라보는 어깨 밑으로

바람이 온몸을 뚫고 지나는 저녁

그리움에 목멘 어버이의 비애가

붉은 비늘로 사라지고 또 자라고

 

안개에 싸여 떠도는 미명에

항구에 뿌리내린 부모의 기다림은

바람도 비도 비켜가질 못하고

멈추어 버린 시간.

 

 

모두가 잃어버린 시간 앞에서

마음을 보듬어 주고

그 고통의 끝을

엮어주고 매듭지어

 

새로운 해를 바라볼

용기를 나누기 위해

한나절, 하루, 영겁을

보시하는 사람들

 

 



* 미명[美名,未明,微明] : 겉으로 그럴듯하게 내세우는 허울좋은 이름

* 보시[布施,普試,報施] : 자비심으로 남에게 재물이나 불법을 베풂, 자비심으로 조건 없이 베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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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회

유리창 너머 너의 붉은 조끼는

약속을 기다리는 믿음이었는데

 

기울어진 하얀 뱃머리를 삼킬 듯

손 내밀면 시커먼 미궁으로 빠질 듯

 

 

 

부서져 버린 어른들의 회색빛 양심과

너의 흰 절규를 삼킨 맹골도 앞 바다

 

성스러운 푸른 바다를

한탄과 원망으로 뒤섞어 놓고

 

 

돌아오지 못하는 너를 기다리는

노란 리본이 부끄러운 봄

 

* 세월호 참사에 희생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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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민

호 : 심선

문예운동  시부문 등단

백양문학,  청하문학,  서울시단,  원주문학,  토지문학 회원

한국시낭송가협회 강원지부장, 원주지회장

강원전통문화예술협회 문학분과  회장

원주시립도서관 시낭송교실 강사,  원주교육문화관 독서회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