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기억의 화음

                                                  서광식

사람이 늙으면

젊어서 만든 추억을 먹고 산다.

 

젊어서 만든 추억은 그러나

늙어서 하얀 그림자다

 

세월의 무덥속에 갇힌

속절없는 기억의 저편

 

그리운 사람들 사물들 아련한데

기억의 촉수들이 직무를 유기한다

 

타이머신타고 과거로 떠나 보지만

기억장치는 늘 작동불량

 

아니 그건 고장 난 시계, 오히려

여정이 얼마 안 남았다는

명백한 신호일 것이다.

 

아, 이밤도  나는 추억을 쫒지만

추억은 쫒을수록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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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내가 시인이 되어

 

가을로 가는 길목에 나 있었다.

 

시인의 길은

아직 덜익어 떫은 열매...

이것을 따 먹어도 되는 건지

그날 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피안의 밤 공간을 떠돌다 맞는

뼈마디 서늘한 새벽바람

구원과 정화, 치유의 고향길

 

어줍잖은 사색 몇가닥 언어의 조각들로

외롭고 서러운 그 가난한 길을

나는 걸을 수 있을까

 

한없는 윤리와 도덕으로

끝내 이길을 걸을 수 있을까

 

아!

나는 어쩌다 시인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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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자 없는 편지

 

나는 정좌하고

천지신명 인간앞에

잘 봐 달라고 계절 잔칫상 차린다

봄에는 새 이파리 여름엔 무성한

연 초록을 밑반찬 삼는다

 

그 잔칫상에 가을 열매를 올리면

어느새 겨울 나목(裸木)이 된다

 

잎사귀 다 내어준 저 앙상한 가지

눈의 무게에 부러지고

매서운 서북풍에 우우 흐느낀다

 

나무는  다시 봄, 여름 초록의 계절

열매 맺는 가을을 그리워 한다.

 

그렇듯 나무는 인고와 침묵으로

고달픈 나이테 인생을 산다.

 

내밀한 몰입의 비어 치열한 삶의 처방전

나무는 말없는 말로

그 명상의 법칙을 전한다

 

오늘도 나는 발신자 없는 편지를 읽으며

영감의  나무숲을 거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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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해남 출생

고려대 정책대학원, 성균관대,경영대학원(경영학석사)

전 한국경제, 제일경제,한국금융신문기자,편집국장 엮임

현 보험일보 발행인겸 시니어문화진흥원 설립추진의원장

동산분한 수필등단, 문예운동

한국시낭송가협회 회원 ,백양문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