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을 먹으면서

 

철 아닌 때 이만팔천원 하던 수박이

 

제 철을 만나 한 통에 오천원

 

성당을 나오다 축구공만한 수박을 사려고하니

 

정리하다가 쪼개졌다며 삼천원

 

의료보험없이 병원 드나들면서

 

수십만원 약값을 지불해온 난

 

거스름돈 받지 않고픈 그저 고마운 마음뿐

 

십분도 안되는 거리건만 아열대 현상이라나

 

땀범벅이가 되어 집에 와 썰어 먹은 수박

 

그동안 흘린 땀도 사라지고 위장병마저 씻은 듯

 

수박농사를 한 사람은 얼마나 챙겼을까

 

열가지 좋은 식품에 들어 간다는 수박

 

겉과 속이 다른 이 오묘함

 

하느님의 뜻은 어디에 있는걸까

 

 

잔치국수

 

살아있다는 것만 가지고도

잔치를 벌려야겠다

짧은 오늘 하루

영원을 살기위해

 

우리 함께 할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누구도 모를 이 시간이

헛되지 않기 위해

많이 웃어야겠다

 

친구들 불러모아

희망의 하얀 무우로 국물을 내고

오래 산다는 국수를 말아

색동빛깔로 고명을 올려

축제를 드리자

 

날마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기위해

 

 

여름

 

이미 이별하기를

매번했기에

슬프지도 않습니다

어느 계절보다도 짧기에

포기 한지도 오래 되었습니다

"인생은 짧은 여름방학"

얇은 옷사이로 비집고 나오는 땀이

솔직해서 좋습니다

말복만 지나면 떠나겠습니다 

후회하지 마십시오

 

엽서

 

여행 중 입니다

세상 어디에 있다는 것을

전해드리고 싶어서

 

사연들은 모조리

저무는 해에게

던져 버렸지요

 

내가 가는 것이 아니라

길이 나를 이끈다는 것

 

침묵이 내게 일러준 거죠

 

깨지고 부서지면서

밟아온 길은 탄탄해지고

 

무지개가 거두워질 때

다시 

길 떠나겠습니다

 

 

불꽃놀이

 

어둠이 오지 않고서야

불꽃을 볼 수 있을까

저마다 신나서 하늘로 달려가지만

모두가 다 꽃을 피는 것은 아니더군

 

우리네 인생도 그처럼 사라지거늘

오르지 못한 작은 불씨 바라보며

올라간 만큼 떨어지는 아픔이 크다는 것을... ...

 

피어나든 지든 모두가 축제

 

저절로 박수가 쳐지는 잔치판의 찬란한 소멸

 

안녕이란 말을 그만 잊어 버렸네 

 

 

개인 신상

1.이름: 풍향 서희진

2.주소:4790 Amblewood Dr   Victoria B.C v8y 2s3 Canada

3.E-mail: irene957@hanmail.net

4.핸드폰:1-250-893-8767

 

<약력>

"심상" 시부문 신인상 등단(2001)

한국시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 펜크럽협회 회원

벤쿠버 문인협회 회원

캐나다 빅토리아 문학회 회원

 

저서 : 바람이 부는 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