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지 원고 - 동인지
다시 한 번 그렇게 살아봤으면
캄캄한 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방울
다 쓸어안지 못하여
그대 이름 불러
곁에 앉히고
그리운 맘 보듬으며
풀어보려 하였건만
작은 가슴 너무 버거워
하고픈 말 다 잊고 말았네.
그리움(추억)
봄, 여름, 가을, 겨울.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석양에 물든 눈동자에 슬그머니 맺히던 이슬방울,
손이 저리도록 꼬옥 잡아주고 싶었던 사람,
얼굴 가득 환하게 미소 지을 때까지
안아주고 싶었던 사람
찬이슬 내리던 깊은 밤
카론*을 따라 스틱스**의 강을 건너
지금은 작은 별이 되어
까만 밤 외로운 영혼을 위로하며
살포시 미소만 보내는 그 사람
가슴 저미는 슬픔 억누르며
하늘을 보면 간절한 그리움 날아오릅니다
그림자처럼 살다가
연기처럼 사라져간 가냘픈 내 사랑아-
* 그리스신화 인물로 저승으로 가는배를 나르는 뱃사공
* 현세와 격리되어 있는 강으로, 카론이 죽은 자를 저승으로 나르는 강 이름
세월
파랗게 멍든 담쟁이덩굴이
담벼락을 에워싸고
하루해를 잡아채며
서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하나, 둘
떨어져 남은 여분의 시간
생의 시간을
명주실에 꿰려다 피를 본다
잡지 못하고 볼 수 없는 시간의 흐름에
애간장이 다 녹아나고
부르지 못하고
따를 수 없기에
가슴 가득 그리움만 맺힌다
내 생의 여분은
어느 곳에 머물며 내 핏속으로 스며든 시간은 어느 만큼 간 것일까? 이젠 살고 싶다 마른번개 내치고 산속으로 달아나는 놈(䎛)를 쫓아서 죽을힘을 다해 산속으로 뛰어드니 숨어 우는 나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파서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던 속이 새까맣게 다 타들어가도 삭이고 또 삭여야만 했던 아픈 일상들 이젠 더 이상 썩을 내장도 없어 훤히 다 들여다보이는 내부세계 간신히 버티던 검은 눈물이 흙비가 되어 쏟아집니다.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가슴속에 이젠 ‘나(我)를 들여놓고 싶습니다. 나도 살고 싶습니다. 밥 날마다 먹고 또 먹어도 단 한 번도 물러날 줄 모르고 어쩌다 하루라도 빠지는 날이면 꼬르륵 꾸르륵 천둥치듯 뱃속을 뒤흔드는 너
아예 없었으면 참 좋겠는데… 부자나 권력자나 너로 인해 울고 너로 인해 웃고 네가 있어 살고 네가 있어 죽는다 살아 움직이는 모든 영혼을 뒤집고 흔드는 너는, 지구상에 최고 권력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