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동 가는 길

                                                                       고경자

천문동 위의 하늘은 멀다

협곡과 깊은 수렁 사이를 넘나드는 운무가 여백을 열면

천국인 듯 지옥인 듯 그 신비한 비경

 

야생덩굴에 엉켜있는 수려한 숲과 협곡

용이 솟구치며 하늘을 오르는 절벽의 무사 천자산 봉우리들

이승을 떠나는 영혼들의 건너야 할 운계의 터널

허공을 딛고 선 오욕칠정의 붉은 고뇌들이 머물러

새들도 울지 않고 구름도 흐르지 않는 적요가

귀곡잔도를 지나는 바람만 울고 서있다

 

하늘을 맞닿은 구름위에서 미혼대를 만나

대자연의 미궁 속으로

잠시 혼줄 을 놓아 석봉이 되어도 후회는 없으리.

십자가를 대신지고 걷는 시몬처럼

신전을 향한 999계단

마음에 걸려있는 생의 불순물 땀방울로 흘려보내고

 

안개를 빨아드린 중세기의 구름모자들이 피어오르는

천 미터 절벽위에 샘물처럼 걸려 있는 허공의 거울

천궁의 궁궐로 들어오는 자들의 마음을 하얗게 씻어내는 천문동

묵중한 자세로 맞이하는 그 환한 세상을

사람들은 천국을 가는 하늘 문이라고 말했다

 

가파른 난간 위를 아흔 아홉 구비 돌아

부끄러운 먼지를 다 털어낸 하산 길

벼락 맟아 해체되어가는 나무에 걸린

출구를 잃은 바람이 노을 지는

내 그림자를 밟으며간다

 

                         동선

                                       고경자

그녀가 집을 나선다

바늘 구멍사이로 내쉬는 호흡

공명된 소리와 통일된 음질로 블랜딩 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화음의 조화를 이르며 라트비아타로 열창하고

외공의 미학이 언제나 오버랩 되는 이대 캠퍼스를 지나

우주 정거장 미우관 103호에 탑승 한다

 

 

성단에 별들은 1조 회전 운동이 시작되고

기수와 서수와의 변 중 논리에 열광을 토해내는 P조종사

플라톤의  이데아 형상들의 지배하는 세계

형상의 매뉴얼들이 에너지로 반응 한다

 

시간은 그림자도 없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함량 미달인 나

푸른 정맥으로 일어서는 수은등

빛의 풍경들 시나브로 흐르고

 

쌓인 시간의 무게를 허물며

중력을 이용해 과녁을 날린다.

해 무리 속으로 자유낙하하며

포물선을 이루는 저 괴력

나를 포획 해 버린 시공을 초월한 하얀 빛. 빛.

 

 

 

 

                                   펄 스그라

                                               고 경 자

그는 이미 내가 올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동동 거리며 교차로를 지나 나직한 숨을 몰아쉬며

문이 열릴 때 아직도 비어있는 그 자리

하얀 눈빛으로 바라보는 펄스그라

발의 동통으로 신체에 전달하기위해

그에게 내 발바닥을 고정 시킨다

 

 

탁해진 나의 분신을 서서히 침투하고

모세관 정맥혈이 환류를 도와 파동이 시작되면

전자파에서 붉은 줄 고층아파트가 오르락내리락

나신처럼 춤추는 전자파

 

혈액 속에 응고 된 이끼 낀 독가스들이

스멀스멀 움직이기 시작한 다음날 아침

어른거리는 햇살을 움켜잡고

배설된 호리병 속에서 산화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