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환상 통증)

 

김현재

 

강물위에 별들의 그림자

반딧불이의 사랑 빛이

사라지는 것도 보았다

 

친구를 만나

동행을 하다 잊어버려

그 빈자리

쓰다만 편지의 공백처럼

비어있는 길

따라가 보지만 친구는 없었다.

 

홀로 남겨진 길 위

시간의 흐름

그림자만이라도

남아 있다면……

  

 

가을은 사랑을 기다리고

 

김현재

 

가을의 하늘이 내려오면

나는 보이질 않고

바람이 찾아와 나뭇잎들에게

꽃단풍으로 물들이고 사라진다.

 

눈이 부신 해의 여행

오묘한 빛으로 물들이는

길가의 들풀과 꽃들

고개 숙이는

한가로운 저녁 하늘

 

오늘도

사랑이 기다리는 자리에

하늘을 담고

마음 속 편지에 써

곱게 접어

내일의 희망을 꿈꾼다.

 

 

 시간은 마술사

 

김현재

 

달을 먹은 구름 사이

별빛이 이슬로 내려와

목마른 꽃잎에

기쁨을 안겨 주고

 

골목을 지키던

달을 걸친 나무 위에

새벽을 여는

참새들의 노래

잠을 깨우는

미혼(美魂)의 시계(時計)

 

푸른 하늘을 만드는

태양은

시간의 마술사

 

 

 장맛비

 

김현재

 

회색구름

하늘의 악기가 되어

대지 위를

오선지도 없이

음표를 찍어낸다.

 

사라사테의

지고이넬 바이젠의

바이올린 선율로

 

때론 팀파니의

울림으로

 

마음속 유리알의

잠을 깨우고

 

하이얀 꽃잎 위에

흐르는

 

탐욕의 마음을

씻어낼

하늘의 소리로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