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항아리

                                      손미헌 

꽃들이 피어난다

항아리를 닦는다

 

터를 잡은

독 안,

집착이라도 하듯

빈 공간 떠날 줄을 몰랐다

 

한해를 담아 햇살 위에 놓아두고

느리게

때로는 성급하게

 

인정 없는 세월

굽잇길 돌고 돌았었다

 

봄물이 흐른다

무지개가 어린다

 

조롱박 타고 내려온

봄물.

 

2. 축제  

별들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바다는 춤을 추었고

흥에 겨워 포말을 쏟아내었다

철썩 쏴아 처얼썩

구름 속 숨어있던

볼우물의 그녀가 고개 내밀었고

호랑나비 춤추던 고기잡이배에선

만선의 환호성 울려 퍼졌다

끼룩끼룩

눈치만 보던 갈매기들 신이 나

줄지어 날아올랐다

모두가 어울린 한 마당

아이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불꽃을 높이 쏘아 올린다

 

 

3. 여름 이야기 

물장구치던

개구쟁이 고운 얼굴에

내려앉았네

느티나무 손 그늘

 

맴돌다

고추잠자리 떠나간 하늘 가

남실바람 어깨춤에

버들강아지 하늘거린다

 

어디선가 풀피리소리 흐르는

물속에 발을 담그고

보이지 않는 모래무지

흔적 찾다가

 

한 점 구름 여미는 옷깃에

물수제비 띄어 보내

뒤안길 흔들어 놓고

 

정답던 매미소리

이제 그만

산 너머 저만치서 울어라한다

 

   

4. 산세베리아 

문병 갔다 얻어 온

산세베리아

화분에 옮겨 심었다

 

낯선 곳 외롭지 말라고

도닥도닥

 

어색한 손길 놀랄까

가만가만 속삭이다가

 

오늘 같이 비오는 날이면

커피 한 잔 길게 나누어 마시고

 

올챙이적 고향 생각

흐르는 창문

 

산세베리아, 훗날

너의 고향은 어디일까

 

 

5. 생각너머 어디쯤 

그림자 길게 늘어진 벤치에 누웠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 들려온다 돌아보니

아파트라는 말 무색하게

오가는 이 하나 없다

 

상가 유리창 안 화면에서는

부신 햇살에 주름진 얼굴 애써 미소 지으며

무언극 연출하는

웃자란 아이들의 사소한 땅따먹기

유리창을 넘나들었다

 

담 벽, 납작 누워버린

살바도르 달리의 시계

밀어내고, 어르고 달래보아도 껌딱지마냥

언제나 제자리다

 

구름 흘러가고

자동차 꽁무니 따라

한 줄기 바람도 불어오는데

습관처럼

 

빠져들지 못한

한 뼘 생각의 깊이는

얼마만한 시간 흐르고서야

마주설 수 있을까

 

 

- 목원 손미헌

- 본명 손순옥 서울 출생

- 문학시대 ( 통권 81호) 신인상으로 등단

- 시낭송가

- 공저 [들꽃과 바람], [한.일 합동시집], 사화집 [후백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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