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의 날

장현경

하늘과 땅 사이에
자연이 있고
인류가 하천유역에서
둥지를 틀듯
‘하천의 날’ 있었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삼천리금수강산 한반도는
산맥이 산야를 이어 주고
산야는 강으로 엮어
세상을 물로 정화한다.

생명의 젖줄인 하천
삽으로 모래를 옮기고
펜으로 글을 써 날라
수질과 멋진 경관으로
생태계가 좋아지고

맑은 물이 흘러 흘러
인재가 일어나고
경제가 일어나
환경이 좋아지네.

아! 성스러운 물
문력文力으로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
분단의 장벽이 낮아지고
염원하던 통일도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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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와 사람
                  
장현경

어릴 때
기차는 동경의 대상
검은 연기에 우레같은 화통 소리

벌겋게 타오르는 대합실의 난로
김밥 있어~ 자, 호두과자 왔어요!
아련히 떠오르고…
눈 오는 날엔
밤 열차의 향수 그립다.

시대에 따라 궤적을 달리하며
자동차와 비행기랑 함께
화물을 싣고 사랑도 쌓아
애환이 서려 있네.

시 향기 만발하고
음악이 흐르며
쾌적한 고속철도는
안락한 승차감에
삶의 여유 넘친다.

끝없는 철도로
문화와 소문이 멀리 퍼져
반도를 달리고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그리며
설레는 마음 그칠 길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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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나무

장현경

엄나무인지 음나무인지
이름도 잘 몰라
많이 들어 봤지만
지나치기 일쑤다.

몸에 걸친 의복은 남루하나
산간벽지 들판에
드문드문 보이는 너는
태곳적 그 모습

약 뿌리지 않고
가꾸지 않아도
초야에 묻힌 의젓한 네가
바로 인삼이요
산삼이로다.

피가 섞인 내 동족이 두릅이라고
새싹으로 온갖 사랑 받고 있지만

험상궂은 가시로
외적을 물리치고

여린 잎은 데쳐서
열매와 가지는 삶아서
뿌리는 생즙으로
세인의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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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장현경

아늑한 어머니 품속 같은
해발 1,507m의 노고단

어느 때부터인가
주차장 생기며
이리저리 길 내고
갈고 다듬어
뒷산에 산책하러 가듯
사람들로 붐비네.

바닥은 포장하여
자동차 다니고
좌우에는 목책을
군데군데 쉼터를
나무계단에 돌층계라

아! 등산을 위해
인간의 손으로
결정되는 내 모습
더는 훼손하지 말고
잘 가꾸어
태고적 신비 그 모습으로
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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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도外島 보타니아

장현경

햇살 쨍쨍 내리쬐는
찌는 듯이 무더운
한여름의 남쪽 바다

서 있기만 하여도
땀이 줄줄 흐르는
거제도의 작은 항구

소문을 조금
듣기는 하였지만

누구나
짜증을 참고 묵묵히 서서
긴 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해금강을 돌아
외도에 이르자!

갑자기
천상의 세계에 온 듯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탄성을 지르며
가슴이 콱 막히는 듯한
무아의 예술세계…

동양의 파라다이스
육지에서도 어렵거늘
가파른 바위섬에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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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정(紫井)  장현경(張鉉景)

▒ 문예사조 시 수필 등단
▒ 시집 『매화가 만발할 때』, 『파로호의 아침』
    『청계문학』 발행인
▒ 물레문학상, 세계시문학상
   한국신문학대상, 허난설헌 문학상 본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 회원, 청계문학회 회장
▒ 청계문예대학 시·수필 창작반 강사
▒ 전화: 010-5338-7925
▒ 주소: 광진구 중곡2동 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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