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젖은 수암봉

황성호

 

저 봉우리 손짓하여

기꺼이 오를 때

비는 소리 없이 추적여

내 마음 흔들리면

 

바람 한줄기

살며시 찾아와

내 등을 밀며

여기가 끝이 아니라 하네

 

등을 타는 땀

내 허리를 감고 젖어

마음 속 첫발 산마루에 닿으면

그 정점, 이제 또 다른

시작이라고 일깨워주었다.

 

 

 바다 연꽃

황성호

 

서해의 물결 위에 어둠이 들고

파도도 잠을 청하던 그 날

 

 알 수도 없는 힘은

차가운 백령의 바다 아래

그대들 가두었구나

 

“살아서 귀환하라”는

조국이 내린 마지막 명령

끝내 듣지 못한 채

슬픈 역사를 되돌리기엔

분단된 나라의 현실이 너무 아파

그대들 통일의 밑거름 되었으리니

그 거룩한 희생 잊지 않으리라

 

숭고한 혼들이여

연화리 푸른 바다 위

전우의 손 꼭 잡고

마흔여섯 송이 연꽃으로 피어있거라

 

훗날 통일이 되면

조국이 그대들 부를지니

관등성명 힘차게 복창하며

푸른 넋으로 돌아와

그대들 꿈꾸던 서해에서

우리 함께 더덩실 춤을 추어보자

 

아! 못다 핀 772함 조국의 아들들아

통일이 오면 그대들을 목 놓아 부르리라.

 

 

 하일주경夏日晝景

황성호

 

가로수 흐드러진 인도

허공을 잡고 아낙네

바람을 자를 듯

정류장으로 달릴 때

자판기 커피 향

골몰하던 한 남자

도우넛 연기 속에 스며들고

시간을 뿌리치는 화물차 기적소리

강냉이 그 열통 참지 못해

세상 문 여는 울음과 만나

꾸짖는 아주머니

얼룩진 목소리에

세월이 멈췄다

횡단보도의 숫자가 내려가고

한 남자가 오고 있다

손에는 한권의 시집.

 

 

겨울 감나무

황성호

 

감나무 가지 끝

마지막 남은 까치 밥

직박구리가 쪼고 있다

 

모든 것 다 내어준

차가운 가지마다

눈꽃은 피어있네

 

훗날 햇살이 나목에 내려

어린 잎 다시 피울 때

푸른 꿈, 파란 봄을 펼쳐보리라.

 

      

빗속의 조행

황성호

 

여름날

쏟아지는 비

몸으로 받으며 하는 낚시

 

도시의 일상

구겨진 혼의 주름 펴기 위해

마음이 먼저 오면

춤추는 동해의 물결

 

내리는 빗소리

적막을 불러오고

순간 세상은 없다

 

바다와 나

물 밑 고기가 있을 뿐

참된 정적이 흐르면

세 점은 하나가 되어있지

 

작달비 모 심듯 할 때

바다가 튀어 오르고

낮 과 밤은 둘이 아니었다

 

저 멀리 등대에 불이 켜진다.

 

 

이름 : 황성호

주소 :인천광역시 계양구 박촌동62-1미주빌라2차402호

E-mail : h-seongho@hanmail.net

Mobile : 019-291-5271

 

 

호 : 해암(海岩)

이름 : 황성호(黃成鎬)

 

약력 : 서울 중구 회현동 출생 , 강릉상업고등학교 졸업 現 강릉제일고

       〈문학시대〉등단 , 시대시인 ,〈백양문학〉동인

         한국문인협회회원 , 한국시낭송가협회 회원 , 시낭송가

수상 : 한국시낭송가협회 주최 제10회 전국 청소년 및 성인 시낭송대회 동상 수상

         한국 JEI 재능교육 주최 제20회 전국 시낭송경연 인천대회 우수상 수상

         조선일보 창간90주년기념 타임캡슐 봉인식에 시 "한강" 수장품으로 선정됨

공저 : 동인지 「후백의 열매」, 한 · 일 합동시집(韓日合同詩集 - 제5회, 제6회)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