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完經

달마다 내 몸 河口에선 붉은 꽃이 피었다

물큰한 갯내음 어머니의 몸 냄새

내 몸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안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비릿한 풍광은

꽃으로 오기 전 봄 한나절을

누렇게 바래주고 있었다

내 갈비뼈 사이에서 돌연 서늘해지고, 달아오르고

까닭없이 웃음 터지는 그 모든 것들이

 

어머니의 또 그 어머니의 꽃 내림이

내 살집 속에서 시큼해질 무렵부터

꽃향기도 없이 만발한 화원엔

검불처럼 떨어지는 꽃자루 두엄처럼 쌓여

수십 개의 바늘꽃 피워낸다

이제 비릿한 갯내음도 지워진 河口엔

적멸보궁의 고요, 선정에 든 와불

절 한 채 지어졌다

 

*나는 매일 화장을 한다

위턱구름 노을지는 얼굴 민망해

나는 매일 화장을 한다

부끄러운 과거의 허물 하나하나 지워가면서

깊어진 시간 파운데이션으로 메꾸고

처지는 눈꼬리 푸르게 치켜 올리며

돋아나는 검버섯 비비크림으로 꾹꾹 찍어 누른다

 

그릇 부딪는 소리 잦아질수록 내 콧등은 자꾸만

올라가서 손톱마다 빨간 꽃 무늬비

저녁노을까지 붉게 물들인다

자꾸만 짧아지는 목에 잔물결 일렁이고

볼타고 내려오는 눈물 잠재울 수 없을 때

저녁노을, 구름들, 꽃무늬비

화장대 위에 쏟아놓고

나는 매일 화장을 한다

 

*휠체어 소녀

문을 열면     풀잎의 이슬 또르르 굴러

문을 열면     별들의 언어 하얗게 부서지는

                       앞마당 달빛

문을 열면    대나무 발 사이 백양나무 잎사귀의

                     흔들림

문을 열면    부뚜막 옆 어머니의 기도하는 소리

문을 열면    어린 날의 추억 붉은 샐비어로

                    피어 있는 장독대

문을 열면     적막에 구운 소금 꽃 가슴으로 녹아드는

그 문릉 열면    슬픈 눈동자 창문에서만 머무는

                          소녀의 하얀 얼굴이 보인다

 

*우편물

 

산다는게 허망해서 우체국에 갔었다

편지 한 장에 온갖 사연 다 적어

수취인 주소도 없이 부쳤다

 

다음 날 그 다음 날 소포 하나 도착했다

오뉴월 담장마다 능소화 피어나고

비 개인 서녘하늘 노을꽃 피어나고

하늘에 턱 걸린 산봉우리 꽃구름 피어나고

 

피어난 꽃들 방글방글 웃고 있다

닫힌 내 마음 봉투 하나 뜯어 꽃들 밀어 넣었다

우체국으로 다시 간다

 

*비슬 오크벨리

비슬산 남산리

고요한 생각에 젖은 숲

바람의 바퀴를 돌리다 숨차한다

듬성듬성 불빛 새어나오는 창아래

정원 패랭이곷들 반짝 얼굴 붉힌다

 

부드럽게 발밑에 깔리는 잔디와 풀꽃들 밟고

창틀 넘어 나를 따라들어 온 달빛

어제도 오늘도 축제의 사제로 반기며

포르테 음률로 포로롱 포로롱

내 詩作 노트 안에 깃든다

 

한선향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보성A 106동 901

hjhj9904@hanmail.net

019-508-4340

*약력

심상으로 등단

시낭송가,시낭송지도자

대구문인,한국문인협회 회원

여성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회원

심상시인회, 싸리울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