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숲

장현경

은빛 찬란한 아름다움에
삶의 활력을 얻고
그리움과 외로움을
깨닫게 하는 억새 숲

봄이면
휴광休鑛 지역에 억새 싹
파릇파릇

여름이면
늪지대에 억새 풀
하늘하늘

가을이면
민둥산에 은빛 물결
넘실넘실

말없이 조용히
어둡고 황폐한 곳을
아름답게 치장하여
인간에게 기쁨을 선사하고

억새의 위대함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알려 주려
혼자는 외로워
숲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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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장현경

산천초목 여기저기
길마다 왕자로 군림하는 은행나무
은행잎 하나로 임금 노릇하네.

한여름
그 열정과 사랑으로
풍성하던 정겨움의 정취
가득 안겨주고

가을 향기 물씬 풍겨 와
화려했던 추억만큼
가랑잎 굴러다니는 소리
가을을 그립게 하네.

몰입했던 황금빛 아우성은
사랑과 낭만의 여운이 되어
아스팔트 위의 은행 나뭇잎
보석이 박혀 있는 듯,
연모의 정으로 스치듯 밟는다.

순간순간 샛노랗게 변하여
떨어지는 황금빛 은행잎
희망과 장수의 상징으로
누군가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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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太白山

장현경

산기슭에 그려져 있는
하얀 오솔길

오를수록 점점
눈보라 흩날려도
아이젠 있어 든든하네!

눈송이 위에 솟아오른 대나무
파랗게
스치는 바람에 팔랑이고

정상에 흩어져 있는 고목枯木 군락
나목으로 지팡이 없어도
눈보라와 맞서
우뚝우뚝 서 있네!

太白山 山神
한배검
돌담으로 천제단을 지어
우리를 부르고

높고 완만한 겨울 太白山
그 정기 흠뻑 가슴에 품고
사방으로 힘차게 내달아
오르내리는 발걸음도
가볍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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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

장현경

잔잔한 한강 가
울창한 산성에
하늘을 날을 듯 걸으며
여기저기 바라보니

그 시절
그때의 화약냄새
소리없는 아우성과 행주치마
역사의 유적유물이
타는 듯한 노을 속에
맺힌 한이 그리움 되어
어스름 하늘가에 흐른다.

유구한 역사의 발자취 아래
뜨거운 숨결 절절히 느끼며
거친 숨소리로 노래하는
행주산성의 그 항쟁
잊기도 전에
근래에도 외침의 쓰라림이
가슴에 남아
부국강병 하자고
산성의 깃발이
후손들의 정신을 흔들어 깨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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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서

장현경

언제부터인가 우리 가족
초라한 집 주변에
즐겨 찾는 삶의 공간으로
어설픈 텃밭 있었네!
 
봄이 오면
아침저녁 출퇴근하며
삽질 호미질로 두렁 만들고
씨 뿌리고 모종 심어
임 기다리듯 자라는 모습
그리워지네!
 
날마다
상쾌한 아침
닭 우는 소리 들으며
고추 상추 호박 오이 마늘과
오순도순 손잡고
티없이 소곤거린다.

초록으로 자라나는
갖가지 여린 새싹들
파릇파릇 영롱하고 귀엽구나.

너도나도 우리도 텃밭에서
삶의 아름다운 씨앗을 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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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자정(紫井)/장현경(張 鉉 景)

※ 문예사조 시 수필 등단
※ 파로호 문학촌 촌장
※ 물레문학상 수상
※ 시집 『매화가 만발할 때』
※ 한국문인협회, 강원문협 회원
※ 청계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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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경

※ 서울 광진구 중곡2동 40-3
wedgus@hanmail.net
※ 010-5338-7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