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백양문학 동인지

1.

백암산

우재정

하늘과 산이 손을 잡고

내 가슴으로 들어와

산소의 숲으로 향하는 6월

한 낮에 바람을 그네 삼아

나무 이파리 위에서 자진가락으로 뛰놀고

햇살마다 심지를 터트려

불붙는 사랑으로 꽃을 피운다

가슴을 풀어헤친 전신이 저려든 푸른 산

이파리 파장삼아 수해[樹海]에 떠 있고

바람은 향기로 발음하는 사랑의 언어들을

6월의 하늘에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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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목 / 우재정

꿈꾸는 체온이었다면

몇 도나 될까

가지들이 앓고 신열이 있다면

또 몇 도나 될까

피 한 방울 돌지 않는

빙점지대에서

꿈꾸는 봄은 아직 먼데

바람들은 시풍의 감기를 좀처럼

접지 않는다

뿌리로 숨쉬는

봄소식만큼이나 아득한데

아득한 것에 길들여진 기다림으로

꾸는 꿈은

늘 푸르른 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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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속초에서

우재정

피로 쓴 연서

바다에 띄우니 잉크 빛 가슴으로 차올라

유영하는 낮달이

애꾸눈을 하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태양은

금실로 수놓은 이불을 깔아주고

바람은

실밥을 풀어 호면을 꽤맨다

맨손을 내밀어

낮달을 건지려는

소녀 적 내 유년의

그리움으로 그려진

얼굴하나가

내 유년에 포개진다

아빠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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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공자(公子)

우재정

톱니바퀴가 돌아간다

바벨이 멈춘다

너는 제동 없는

톱니처럼 물렸던 이빨을 풀고 이탈하고

나는 네 앞에서

절망하며 쓰러진다

하나의 정체는 무엇인가?

한없이 꿈을 펴는

큐피트의 화살이

가슴에 명중한다

이탈했던 톱니가

다시 물리고 물려

전체를 흔들고 돌아가는

너는 암수의 바퀴를 돌리는

내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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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버지

우재정

바닷가 언덕의 집

영혼의 울림에 조율된 희망가를 들려주시고 행복의 문양을 엮어 가시던 나의 아버지

잠 못 이루는 이 밤, 울음 꽃이 피어 총총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만학도인 딸의 마음을 아시는지. 가슴 저리도록 푸르게 내리는 빛으로 보듬어 주시네요. 응석받이 딸은 오늘도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하늘우체통에 부친 편지의 사연 속에 오늘은 웃음꽃과 감사의 꽃을 보냅니다만 아버지께서 답신으로 보내 온 어둠하늘 총 총 파란빛 그림에서도 위로를 받는답니다. 아버지 오늘은 구석진 나뭇잎 사이에서 거미가 가냘픈 줄타기를 하면서 끈적이는 본능과 탐심의 줄을 늘이며 한 올 한 올 제 몸을 풀어 집을 짓는 모습에서도 아버지의 지혜를 본 듯 반갑기 그지없는 날입니다. 아버지의 손을 놓친 뒤 지금[只今]사 아, 아버지께서 언뜻 내비치시던 노을이 생각나 가슴이 목련꽃으로 물들어갑니다. 아버지, 어버이 날이라고 카네이션 꽃이 즐비하게 차려진 꽃가게를 우두커니 바라보았습니다. 내일은 하늘나라에 꽃을 바치렵니다.

주 소 : 경기도 하남시 감북동 433-1

메일주소 : wjj1945@hanmail.net

휴대전화 : 019-393-1158

우재정 약력

◌ 호 ; 운산(雲山)

◌ 월간<문학공간>등단

◌ 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 한국본부,하남문인협회회원

◌ 하남문인협회회장, 시낭송가, 시낭송지도자,조선문학부회장, 한국작가중앙위원,문학공간시인협회이사

◌ 수상 : 문학공간상, 동백예술문학상, 6회하남문화상, 경기도문학상, 3회하남문학상외 다수

◌ 저서 : 시집<그리움의 여백> <하늘바라기><아버지의 뜰>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