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고경자

한 생애를 살다

죽음으로 동반하는 그녀가 있어

섬은 외롭지 않았다네

 

허리케인이 상어 송곳니 처럼 날 세워

회호리칠 때도

까만머리 삭발해

듬성듬성 비릿내 나는섬을

 잠재우고 나온  마이더스 손이였지

 

 피아노 건반처럼 함께누워

악기소리로 숭숭 바람소리를 세며

묘을 지키는 등굽은 당신

 

검은 피복을 입고 굽이쳐 흐르는

섬을 지키는 전설의 흑기사

흑룡만리의 삼다도 돌담

 

바다의 올고운 색감을 골라

만조를 기다리며

오늘도 내공을 쌓는

햇솜처럼 피어 오르는 풍경

 

만월이 휘청거리는 탁류의 거품

뜨거운 여름을 마시며

당신의 가슴에 머물러

눈물을 흘리며 함몰되어간다

 

하이 서울 페스티발

                       고경자

하얀 천으로 햇빛을 가리고 늘어선

시청 앞 광장을 흐르는 자선바자회

 각서리 타령에

사람들은 상모을  돌리면서

국숫발을  건져 올린다

 

의족을 끼고  삐걱이며 지하철 출구로 나온 사람도

휘체어에 앉은 시 어머니을 위해

입맛 돋우는 며누리 손등에

오월 햇살이 푸르게 빛나고

 

기웃거리는 노숙자에게

아낙이 내어준 족발과 막걸리

까치발 처럼  성글게 돋아난 수염 사이로

세월을 놓친 시간들이 몰려와

 소나기로 가슴을 적신다

 

저마다 쇠 소리로 가슴을 풀어 헤치며

억눌린 삶의 무게

막걸리 한 사발에 추억을  버무린 사람들

그리고 마음은 벌써 아득한

옛일로 뒷 걸음질이다

 

굴렁쇠 처럼 세월은 굴러가도

바람은 절로 광장을 돌아

 좌판에 널려있는 사랑의 씨앗 찿으려고

하이페스티발 서울에 도착하고 있었다

 

어둠의 별장

               고경자

서걱 서걱 검은 파도의 칼날에

밤이 썰려 나간다

 

바다는 이제 바다가 아니다

중심을 잃은 요트을 타고

우리들의 시간은 뒤뚱거린다

 

돛족은 관절을 삐걱이는데

멀리서 썰려 나가는

밤바다의 소리. 소리.

 

봄의  광시곡

                       고경자

한쪽 다리를  잃은

불구의  봄이

경칩의 귀를 끌고

바람 강 건너에 서 있다

 

겟세만네   동산에

십자가에  흘린 피처럼

수액을 흘리고 선 고로쇠나무

 

내 안이 목련꽃조차

제 옥타브를 못 찿아

평행을 잃어 방황하네. 

 

오뎅꼬치를 빼며

                고경자

발걸음도 끊긴 야시장

풍경으로 저무는 초겨울

걸어온 길 만큼이나 뜨끈한

오뎅국물 앞에서

오늘도 노 부부는 비릿한 추억을

꼬치에서 야금야금 빼내고 있다

 

한 생애를 다 살은 길 가운데서

서로들 이정표 되어

한길은 큰아들네로

한 길은 작은 아들 길로

또 한길은 시설로 가는

누군가 울고 간 철로에서

 

고향잃은 부엉이처럼

오뎅 그릇에 남아있는

그들의 주름진 이마위로

서먹한 바람의 눈물이

 우주로 하향하고 있었다

 

약력

고경자

호  해원

문학시대 신인상 등단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본부.백양문학. 시대시인 회원

한국시낭송가협회 부회장. 한국기독문인 이사.시낭송 지도자 

서울시 의용소방대 연합회 여성회장

 

저서  :  채색의 구름등

공저  : 한국명시 시선 . 바람아 달려라 .들꽃과 구름 .한일문화교류  합동시집 외 다수 

 

강남구 대치3동 1007-2  풍림이원@ 401동4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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