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1. 시의거리 시-희망을 위한 협주곡/ 정소현   낭송: 박상경


희망을 위한 협주곡


겨울비가 내린다


다정한 비는


빈 들녘


까칠하고 다 말라버린


우리들의 가슴 잿빛 목마름에


입맞춤을 한다


어서 일어나라고



황량한 마음이


죽음처럼 흩어진 자리에


삶의 무게가


웃음을 앗아간 자리에


노래를 부른다


일어나야 한다고



겨울 들녘에서


남모르게 흘러


얼어붙은 모든 눈물에


겨울비는


결국 하나가 되고 만다



허무한 심연 속에 있는 꿈


햇살 아래에서


눈을 뜬다



제목: 2. 동인지 시-갈대/ 정소현


갈대


어느 날에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날이 없구나


하얗게 타들어가는 가슴만 보아도


세상살이 만만치 않다는 것 알아차려 보지만



어스럼 내리는데 힘겹게 서 있는


그 고통이 애련하구나


이 겨울, 바람 부는 밤을


네 여린 마음이 어떻게 보낼지


바람아 불지마라


바람아 불지마라



어둠이 깊어 가는데 넘어졌다 일어서는


그 아픔이 기특하구나


이 겨울, 얼음 두꺼워지는 밤을


네 소리 없는 눈물이 어떻게 보낼지


바람아 불지마라


바람아 불지마라



한 곳을 향하여


모든 발부리를 세우고


손을 모은 내게로


햇살은, 바람을 뚫고


창대한 햇덩이


네 앞에 놓고 간다





제목: 3. 동인지 시-밤 갤러리의 풍경화/ 정소현


밤 갤러리의 풍경화



새장 밖에서


하루를 비상 한다는 것은


완전한 자유로움이다


그 여정이 너무 긴 탓일까


 


밤 전철 안


새들이


날개를 붙이고 앉아 있거나


두 발로 힘겹게 서 있다


 


새장이 있다는 게


갇힐 수 있다는 게


자유라며


반은 졸면서도


그 눈에 빛을 내고 있다




꿀이 흐흐는 곳으로 가자고


참 꿀은


새장 안에 있다고


종종걸음을 친다


 


자신들이


밤 갤러리에 걸린


아름다운 풍경화라는 걸


아무도 모른 채 말이다





제목: 4. 동인지 시-겨울의 여백/ 정소현


겨울의 여백



겨울은 어머니


아픈 고단함 속에서도


곰삭혀진 모성애


여백을 선물로 준다



여백이 강처럼 흐르고


사람들은 그 강가에서


얼룩지고 무거운 옷을 벗는다



알몸인 상태로


묵은 때를 씻고


자신을 비춰 본다



그 때, 헝클어진


용서하지 못함과


사랑하지 못함이,


화석 같던 원망과 아픔이,


불길 같던 미움과 욕망까지도


박꽃으로 피어난다



계절의 안식처 안에서


꽃들이 손을 잡고


아침을 기다린다



아침이 강가에 닿으면


모두들,


또 다른 나이테 하나씩을


하늘에 심어놓고


봄을 먹는 양떼가 된다





제목: 5. 후백과의 추억-내 영혼의 큰 별/정소현


내 영혼의 큰 별


 

까만 영혼에


불을 지펴 준 큰 별


 


호롱불은 심지를 태워


우주의 온기와 손을 잡았지요


 


별, 들꽃, 하늘, 바람,


구름, 빗소리........


누구를 만나도 사랑이었습니다


 


그들이 웃으면


같이 웃고


그들이 슬프면


같이 슬펐고


넘어지면 같이 넘어졌고


일어서면 같이 일어섰습니다


 


이들과의 동행은


늘 꿈이었고


이들과의 함께함은


언제나 열애이었습니다


 


거침 속으로


먼저 걸어가


오늘도 빛을 내고 있는 큰 길


 


그 길 안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지금도 걸어가는 중입니다


 


큰 사랑, 본을 받아


영혼의 촛불


별이 되고 싶습니다





제목: 6. 내 소개- 나는 누구인가/ 정소현


 나는 바다(惠洋)........


 


별을 벗하며


깊어지고 넓어지는 바다


그를 좋아 하게 되었다


바다는 이런 나를 친구 삼아주고


바다로 불러주었다


바다와의 변치 않는 우정을 위해서


조금씩, 깊어지고


조금씩, 넓어지려고


오늘도 노래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