똬리와 어머니
호미숙 /낭송 박옥순
치맛자락 언덕을 쓸고
새참 함지박 무거움이
발걸음조차 힘들어 뒤뚱거릴 때
똬리 끈 단단히 고쳐 물었다
뜨거운 여름 속
먼 고추밭 길
걸음은 더디고 더디다
함지박을 내려놓아도
떨어질 줄 모르는 나선형 똬리
손바닥만 한 달팽이처럼
찰싹 달라붙었다.
땀방울 핥은 바람이
시원한 미루나무 그늘
똬리를 베고 잠든 어머니
풀 끝을 기어오르던 달팽이가
툭 떨어져 토끼잠을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