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밤

                                                                      박민숙

겨울이 겨울 속으로 더 깊어지는 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으시시

심장 헤집는 몸살을 앓는다.


김치냉장고는 다 뭣이고

냉장고 하나 없던 시절

땅속깊이 묻어둔 항아리속

김장김치 손으로 쭉쭉 찢어

갓 지어낸 쌀밥위에 휘휘얹어

먹고나면

아무일 없던듯 이 병이 나으려나


짜투리땅  한귀퉁이에서 거둔

실한  밤고구마에 목메인 가슴

살얼음 사각거리는 동치치미국물

한 사발 머리 띵  하게 들이키면

시원하게 뚫리려나

알싸하니 아작한 총각김치

팔팔 끓인 누룽지에 부르도록 먹고

메주콩 삶아 내던 아궁이

그 온돌방에서 죽은듯이 자고나면

이 오한이 멈추려나


아-

동짓날 새알 넣어 끓여 주셨던

기가막힌 엄미 팥죽

이제는 깊은치매로

누구여. . 연신 물으시는

울 엄니 손맛

다시 맛볼수만 있다면

이 몹쓸병들 다 떨쳐 낼 수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