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뜰

                                   남궁란


저물어가는 노을  끝에

산허리 휘어잡은  달그림자

구름 속  담금질하다

뛰어나와  하늘을  마신다.


홍연히  달님을  벗하고  앉아서

가슴속  깊은 곳

추억을 풀어본다.

외길로 달려온 세월

어느새  종점이  눈앞인데


시야는 흐려지고

검은  머리  흰 서리 내려

골 패이고  일그러진  내 모습에

허허로운  찬사를 보낸다.


뜨락에  서서  하늘은 본다.

왜 나는 달고  가느냐고

대답 없이 흘러만 가는

달님 속에  나를 그려본다.


긴 터널을 지나

아름다운  나의 뜰이 여기 있음을

이제야  발 디디며

황혼의 뜰이라 부른다.


돌아볼 겨를없이 달려온 세월 속에

자식들  어느새 아름드리로 자라나고

늙는 게  늙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것임을

익을수록  단맛으로 넘치는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