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주암 박성락

 

싸락눈이라도 내릴 듯

을씨년스럽더니 

 

은근히 기다리던

첫눈이 함박눈으로 펑펑 쏟아져

하얗게 덮어버린

온 천지

신비스런 태고로 돌아갔다

 

어디서 왔는지

왁자지껄

추위도 잊은 채 눈사람 만들다

해 저문 줄 모르고

받쳐 든 우산

그래도

들뜬 종종걸음으로

발자국 찍기고 있는데

 

지지난 이맘때

첫눈 오는 공원길

임과 함께 동심으로 거닐던

추억이 생각난다

 

지금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임이기에

불현듯 나 홀로

한없이 한없이

걷고 싶다

그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