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손한 밥

 

                                                       고인숙

 

어디에서 왔을까?

 

머리 둘 곳 없는 삶이 먹구름처럼 밀려와

둘레둘레 벽을 쌓는 마로니에 공원 앞

뜯겨진 호주머니만 붙들고 있는 유랑자들이 있다

태양이 한 고개를 넘을 때 쯤

반짝 왔다가는

마법을 거는 손길들이 급식소를 차려놓고

오장을 부풀리는 공손한 밥을 주고 있다

한 그릇의 따뜻함이 눈물 그렁그렁하다

사랑으로 채워지고 비워지는 거리

가로수가 일제히 기립 박수를 친다

한겨울의 햇살로 등피를 데워준 충만한 밥이다

한기를 벗어 던진 채

하루를 세워주고 사라지는 밥그릇들

얼마나 지났을까

스멀스멀 사라진 마른 눈물 쏟아낸 보도블록엔

어둠이 뭉텅뭉텅 묻은 밥풀들이 훈기를 붙들고

싸늘해진 담벼락엔 따뜻한 행인들로 채워지고 있는데

 

한 끼 가볍게 비워낸 내장들, 다 어디로 갔나?